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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한 중견기업법 논란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중견기업법 제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쪽에서는 중소기업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중소기업의 피터팬 신드롬 극복과 성장사다리 복원을 내세운 법안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 꼴이 됐다.

중견기업법의 표면적 목적은 주요국보다 뒤처진 경쟁력을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연간 6조~7조원에 달하는 중소기업 지원금을 나눠 먹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회에 발의된 3개 중견기업 관련법안이 하나같이 자금과 조세ㆍ금융 지원, 지방세 감면 같은 직접지원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혜자인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자기 몫이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내용이다. 토론회에서 한 의원이 '밥그릇 싸움'으로 표현한 것은 핵심을 정확히 찌른 것이다.

갈등이 커진 것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경쟁력 강화보다 직접 자금지원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도 크다. 시설확충을 위한 투자보다 단순한 기업 운영자금이 대부분이니 누군들 눈독을 안 들일까. 지난해 8월 말에 운전자금 융자 지원액이 전체의 86.9%나 됐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적이 이를 증명한다. 생산성 향상 노력과 관계없이 아무 업체에나 퍼주다 보니 '정책자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중견기업까지 퍼졌다. 애초에 경쟁력을 높이거나 혁신 의지를 가진 기업에 집중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들이다.



국가경제에는 도움이 안 되고 제 밥그릇만 챙기려는 중소-중견기업 간 볼썽사나운 싸움을 없애려면 지원정책의 기조부터 바꿔야 한다. 정책자금 활용실태를 세밀하게 평가해 성과가 미흡한 곳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경쟁력 없는 기업에는 지원도 없다'는 원칙이 선다면 못할 것도 없다. 정책은 세계 최고인데 경쟁력은 낙제점이라는 오명을 이제는 벗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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