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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트랩에 갇힌 세계경제

돈풀어도 부양효과 크지 않고 되레 자산버블 위기<br>기업·가계 고금리 노출 우려 양적완화 포기도 못해<br>독일, ECB 금리인하 시사… "위기 10년은 더 갈 것"

옌스 바이트만


선진국들이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대적인 완화정책을 거둘 수도, 계속 유지할 수도 없는 정책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각국의 통화완화정책에도 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과도한 돈 풀기로 자산버블과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며 세계경제가 '이중함정(더블트랩)'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양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옌스 바이트만(사진)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가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유로존 경제가 좀처럼 호전되지 못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ECB의 추가 완화를 견제해온 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함에 따라 미국과 일본 등에 이은 유럽의 추가 완화 대열 합류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추가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바이트만 총재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WSJ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에 따라 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통화정책 담당자들이 쓰는 치료법은 증상을 낫게 해줄 수는 있지만 부작용과 리스크를 동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바이트만 총재는 "유럽이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앞으로도 10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그의 지적대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글로벌 통화완화 움직임은 뚜렷한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고 곳곳에서 부작용 우려만 낳고 있다.

매월 850억달러를 시장에 풀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3차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회복세는 최근 눈에 띄게 주춤해졌다. 9개월째 0.75%의 초저금리를 유지해온 유로존의 성장률은 올해도 -0.2%에 그쳐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발표된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경기 전망을 한층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날 세계경기의 바로미터인 구리 가격은 2011년 10월 이래 최저인 톤당 3.1875달러에 그쳐 경기둔화 우려를 한층 고조시켰다.



시장에서 구리 값 하락은 금 등 다른 원자재는 물론 주식 등 리스크 자산 전반의 추가 하락 징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UBS증권의 아트 캐신 투자전략가는 금ㆍ구리 등 원자재 값 폭락이 "중국과 나머지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 같은 현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국의 부양책에도 글로벌 경기가 날로 둔화하는 반면 대규모 완화정책이 초래할 파장에 대한 우려는 커져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세계 중앙은행들의 과도한 완화정책이 신용버블을 형성하면서 전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세 비니알스 IMF 금융안정 부문 책임자는 단기적으로 성장세 회복을 위해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완화정책이 금융안정에 '새로운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렇다고 각국 중앙은행이 당장 완화정책을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IMF는 현재의 과도한 통화완화를 종료할 경우 기업과 가계가 고금리에 직면해 취약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며 지금은 중앙은행들이 초저금리 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금융 시스템의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채 양적완화가 이어질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만성적인 국면으로 바뀔 수 있다고 IMF는 강조했다.

유독 공격적인 양적완화에 뛰어든 일본의 통화정책이 아시아에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CNBC는 소시에테제네랄의 앨버트 에더워즈 스트래티지스트를 인용해 "엔화약세가 중국의 투자하락과 맞물린 최근의 양상이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와 점차 흡사해지고 있다"며 일본은행이 실시하고 있는 양적완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엔저가 일본의 인플레이션과 채무위기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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