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바다속 설치 '파력발전시스템'이 뜬다

풍력·태양광보다 뛰어나고 쓰나미에도 안전<br>濠업체 수중부표·고압펌프로 이뤄진 '케토' 개발<br>강한 파도 쳐도 미역처럼 움직여 내구성 뛰어나<br>생태계 파괴 없고 바닷물 담수화로 식수난도 해결<br>대형 시범단지 조성거쳐 2011년께 전력생산 가능

케토(CETO)는 수중에 설치되는 신개념의 파력발전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태풍에도 안전하며 여타 신재생에너지처럼 자연경관을 훼손하거나 생태계를 교란하지도 않는다.

케토 하나면 전기와 식수 문제가 한번에 해결된다. 1.풍선과 고압펌프 2.고압의 바닷물 3.해안선 4.식수 5.담수화 공장 6.바다로 내보내는 물 7.발전소 8.전력망으로 전기 공급


파력(波力)은 풍력과 태양광을 능가하는 안정적인 신재생에너지다. 햇빛이나 바람과 달리 파도는 멈추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파력발전 시스템들은 수면 위에 설치되는 탓에 거친 바다에서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호주 카네기코퍼레이션이 개발한 '케토(CETO)'는 바로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한 신개념의 파력발전 시스템이다. 수면이 아닌 수심 15~45m의 해저에 설치돼 쓰나미가 몰려와도 끄떡없다. 게다가 케토는 바닷물을 정수해 식수로 만드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난과 식수난을 해결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시스템인 것이다. ■ 신재생에너지계의 다크호스 최근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본격 개화되고 있다. 풍력은 이미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세계 각지에 94GW의 발전설비가 설치된 상태다. 태양광의 경우는 10년 후 전세계 시장규모 전망치가 2,0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는 가운데 에너지 전문가들에게서 풍력과 태양광을 이을 차세대 주자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파력이다. 현존하는 신재생에너지 중 파력만큼 안정적 에너지원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 바람이나 햇빛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사라지기도 하지만 파도는 한순간도 멈추는 일이 없다. 파력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분명 풍력보다 뛰어난 에너지다. 물의 밀도는 공기의 800배에 달해 작은 규모의 발전소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술만 성숙된다면 풍력 이상의 효용성을 제공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파력발전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매년 혁신적 스타일의 장치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실용화된 것은 전무하다. 왜일까. 전문가들은 내구성의 취약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파력의 특성상 발전설비가 거친 바다에 직접 노출돼 있어 쉽게 고장이 난다는 것. 자칫 태풍이라도 지나가면 수십억원짜리 장비를 영원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호주의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카네기코퍼레이션사가 기존 파력발전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여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파력발전 시스템 케토는 수면이 아닌 수중에 설치돼 강력한 태풍에도 끄떡없이 100%의 능력을 발휘한다. ■ 바다 속의 파력발전 시스템 수중 파력발전 시스템이라는 파격적 아이디어는 석유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거머쥔 이 회사의 창업자 앨런 번스가 10여년 전 처음 떠올렸다. 하지만 수중 파력발전 시스템이 채산성을 가지려면 기존 수면 방식에 비해 제조 및 설치비용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점이 난제였다. 파력 에너지의 대부분은 수면에서 얻어지는 만큼 수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전력 생산량이 적기 때문이다. 사재 500만달러를 종자돈으로 투자자금을 모은 그는 3대의 슈퍼컴퓨터와 첨단장비들을 사들여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매진했다. 그리고 수년간의 시뮬레이션과 시제품 테스트를 거쳐 풍선 형태의 수중 부표와 고압펌프로 이뤄진 폭 6m의 케토 시제품 모델을 완성했다. 이렇게 탄생한 케토는 총 3단계의 구동 메커니즘으로 전기를 만들어낸다. 먼저 수심 15~45m의 해저에 설치된 수중 부표가 파도에 의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1단계로 이 힘에 의해 부표의 하부에 연결된 고압펌프가 작동된다. 2단계는 바닷물의 압축ㆍ전송 단계로 펌프가 부표의 힘을 전달 받아 고압으로 바닷물을 압축한 뒤 파이프라인을 통해 해안으로 쏘아 보낸다. 마지막으로 해안에 위치한 발전소가 이 고압의 바닷물을 받아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케토는 여타 파력발전 시스템들과 달리 바다에서 직접 발전을 하지 않는다. 대신 강력한 파력 에너지를 만들어 육지의 발전소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파력발생 장치이자 파력증폭 장치인 셈이다. 카네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결과 케토 300개를 바다 속에 설치하면 무려 3만가구가 쓸 수 있는 50㎿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 내구성ㆍ안전성ㆍ친환경성 탁월 케토의 최대 장점은 강력한 내구성과 안전성이다. 수면에서 아무리 강한 파도가 일어도 미역처럼 파도에 따라 흐느적거릴 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번스 사장은 "태풍은 물론 설령 쓰나미가 몰려온다고 해도 케토는 부서지거나 유실될 염려가 없다"며 "단지 수중 부표가 좀 더 바닥 쪽으로 밀려 내려가는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또한 케토에 채용된 모든 설비는 이미 해상 석유 채굴에 쓰이는 검증된 것을 사용해 30여년의 사용 연한을 자랑한다. 이는 웬만한 화력발전소의 수명과 맞먹는다. 케토가 주는 메리트는 이뿐만이 아니다. 케토는 오직 바닷물을 물리적으로 압축해 육지로 보내기만 하기 때문에 복잡한 발전설비는 모두 육지에 있다. 이 때문에 점검과 수리가 용이하다. 또한 바다 속 시스템에는 기름을 비롯한 해양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윤활유가 전혀 사용되지 않아 환경오염의 개연성이 없다. 바람을 넣고 뺄 수 있는 풍선 형태를 채택해 저렴한 제조비용과 우수한 이동성까지 갖췄다. 카네기코퍼레이션의 수석엔지니어인 매튜 키스는 "아직 정확한 공급단가를 밝힐 수는 없지만 대량생산을 통해 기존 수면 파력발전 시스템보다 한층 저렴한 가격에 전세계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토는 또 수중 시스템으로서 누릴 수 있는 실용적 이득이 많다. 사실 풍력ㆍ태양광ㆍ파력 등 대다수 신재생에너지는 일정 부분 자연 및 생태계 훼손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케토는 물 밖에서는 육안으로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주변경관을 해치지 않으며 선박의 이동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철새를 죽이거나 고래를 다치게 하는 일은 더더욱 없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가 설치를 반대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는 얘기다. ■ 수난도 동시에 해결 번스 사장은 이렇듯 많은 장점이 있는 케토가 언젠가 호주 전역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특히 케토의 또 다른 효용성, 즉 식수난 해결 능력에 힘입어 자신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호주는 석탄 등 화석연료가 풍부한 반면 사막지대가 많아 식수난이 심각한 수준인데 케토는 초기부터 이 같은 문제를 감안해 설계가 이뤄졌다. 그런데 파력발전 시스템이 어떻게 식수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일까. 그 비밀은 해수담수화 설비 구조 때문이다. 일반적인 해수담수화 설비는 반투막에 고압의 해수를 통과시켜 염분을 걸러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를 위한 가압공정에 막대한 전력이 소비된다. 일례로 지난 2006년 호주의 퍼스 지역에 4억달러를 들여 건설한 해수담수화 공장의 경우 이 공정에 24㎿라는 엄청난 전기를 썼다. 해수담수화 설비가 물은 부족하지만 에너지는 풍부한 중동 같은 지역에 주로 성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케토를 활용하면 공짜(?)로 고압의 물을 얻을 수 있어 해수담수화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호주의 주정부 산하기관으로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주관하는 워터코퍼레이션사가 향후 건설될 해수담수화 설비 5기의 전력 공급원 중 하나로 케토를 선택한 것도 이를 감안한 결정이었다. 번스 사장은 "호주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사태가 야기되면서 역삼투압 방식의 대규모 해수담수화 설비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 없이 전기도 만들고 식수도 만드는 케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네기코퍼레이션은 오는 2010년께 호주 남단의 항구도시 올버니에 3억달러를 투자해 300여개의 케토로 구성된 대형 파력발전 시범단지를 조성, 경제성과 효율성을 대내외에 입증할 계획이다. 이 같은 일정을 감안하면 2011년쯤 파도의 흔들림에 맞춰 노란색 풍선들이 바다 속에서 춤을 추는 장관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