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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간염 치료제도 없다는데… "다 컸어도 백신 맞읍시다"

영유아 90만여명 5월부터 무료접종… 항체없는 어른도 예방접종 하세요

다음달부터 영유아에 대한 A형간염 백신 무료접종이 실시된다. 영유아뿐만 아니라 대부분 항체가 없는 20~30대도 A형간염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만큼 가급적 백신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한 어린이가 소아과 의사로부터 건강상태를 점검 받고 있다. /서울경제DB


어렸을 땐 자연 치유되지만

성인은 황달·심한 피로감 등 입원치료 필요한 경우 많아

감기약 오용하면 간 손상 심화

발열·소변색 짙어지면 의심하고 물 끓여 마시기·손 씻기 습관을


직장인 박규호(38·가명)씨는 3년 전 이맘때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당시 박씨는 극심한 피로에 온몸이 아프고 고열에 시달려 인근 의원을 찾았다. 감기 증상 같다는 의사의 말에 수일간 항생제와 해열제를 복용했으나 상태는 더욱 악화됐고 급기야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며 집 앞에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감기인 줄 알았던 박씨의 병명은 다름 아닌 A형간염이었다. 간 손상을 의미하는 수치가 정상치의 수십배 이상으로 올라가 있던 박씨는 일주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다음달부터 국가필수예방접종에 A형간염이 추가됨에 따라 2012년 1월 이후 출생한 영유아 90여만명은 A형간염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게 됐다. 정부가 서둘러 A형간염을 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한 것은 어릴 때 A형간염에 대한 항체 형성이 안 돼 성인이 된 후 A형간염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A형간염은 어렸을 때 걸리면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불현성 감염으로 자연 치유되면서 항체가 생기지만 성인이 돼 발병하면 GOT·GPT 등 간 손상 수치를 정상치의 수십배 이상으로 높이는 등 심각한 간 손상을 유발하고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더욱이 초기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치료시기를 놓쳐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어렸을 적에 A형간염을 한 번 앓고 나면 항체가 생겨 평생 면역이 생겨 다시 걸리지 않게 된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위생상태가 크게 개선되면서 오히려 어렸을 적에 A형간염이 걸리지 않게 되면서 항체 생성이 되지 않아 성인이 된 후 발병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A형간염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20~30대 환자 수는 모두 1만6,195명으로 전체 환자 수 2만3,314명의 72%를 차지했다. 특히 야외활동이 늘고 대인접촉이 많아지는 5~6월에 A형간염 발생이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세협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온 20~30대 젊은이들은 대부분 A형간염 항체가 없는 상태로 학창시절이나 군대 등에서 단체생활을 하면서 A형간염을 접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며 "어려서 A형 간염에 걸리면 감기 정도로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성인이 된 후 걸리게 되면 위장증상과 피곤감, 간 손상으로 인한 황달 등의 증세가 심해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30일 정도의 잠복기 후에 피로감이나 메스꺼움, 구토, 식욕부진, 발열, 우측 상복부의 통증 등 일차적인 전신증상이 나타난다. 속이 메스껍거나 토하기 때문에 위장질환으로 오해할 수 있고 심지어는 관절통도 나타나 독감이나 몸살감기로 착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침과 콧물 없이 몸이 아프거나 심하게 피로하고 열이 나면서 갑자기 식욕이 떨어질 경우 A형간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초기증상이 감기몸살이나 장염과 유사해 감기약 등을 잘못 먹을 경우 오히려 간 기능 악화를 유발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서연석 고려대안암병원 소화기센터 교수는 "A형간염에 걸리게 되면 우선 소변색이 마치 혈뇨가 있는 것처럼 짙어지고 점차 눈과 피부색이 노랗게 변한다"며 "이 같은 황달증상이 지속되는 기간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대개 1~2주 내로 회복되기 시작해 1~3개월 내에 정상화되지만 드물게 6~12개월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A형 간염은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환자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대증요법을 실시하고 안정을 취하는 정도의 치료를 하게 된다. 식욕이 없을 때는 수액제로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고 식욕이 좋아지면 미음이나 과즙과 같은 유동식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정상 식사를 하도록 한다. 손상된 간세포의 빠른 회복을 위해 고단백 식이요법과 함께 안정을 취해야 하며 구토가 심하면 진토제, 식사를 하지 못하면 영양제를 주는 정도의 대증요법을 실시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병원 입원 등 일정 기간 격리조치도 필요하다.

과도한 지방섭취는 제한하되 지나친 제한은 오히려 식욕을 떨어뜨리므로 적절하게 지방을 섭취해야 한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환자가 절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평소 과음을 해 간 기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이나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 혈우병 환자, 의료업 종사자, 만성 간 질환 환자, 군인 입대 예정자 등은 가급적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한다. 또한 위생상태가 낙후된 지역으로 해외여행을 갈 경우 미리 접종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A형간염은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걸리기 때문에 식사 전이나 음식을 조리할 때, 화장실을 이용한 후에는 손 씻기를 철저히 하는 등 위생관리에 신경을 써야 예방할 수 있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도 이상에서 1분만 가열해도 사라지는 만큼 해외여행 시에는 가급적 끓인 물을 마시고 충분히 익힌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A형간염 예방접종은 6∼12개월 간격으로 두 번 받아야 하며 건강한 사람은 95% 이상의 간염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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