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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공짜 안전'은 없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그 대가가 뒤따른다는 뜻이다. 요즘 한국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안전' 역시 마찬가지다. 안전을 하나의 동전이라 치면 앞면은 삶과 행복이요, 뒷면은 불편과 비용이다.

한 면을 떼 내고서는 동전이라 할 수 없기에 중요한 것은 불편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이를 책임지고 실현하는 것이 곧 지혜로운 행정이고 정책이다. 최근 수도권의 광역버스 입석 금지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서둘러 정책을 내놓다 보니 많은 시민들이 필요 이상의 불편을 겪었다. 버스업계는 덩달아 요금인상으로 맞받아치면서 결국 비용증가로도 이어질 모양새다. 안전의 당위성에만 매몰된 채 섬세한 사전 준비 없이 정책이 집행된 데 따른 후폭풍이다.

정책의 결단성이라는 게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다. 결정이 되기 전까지는 최대한 신중하고 심사숙고해야 하고 여러 가지 가능성에 최대한 문을 열어 두되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힘 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수도권 광역버스 건은 어쩌면 세월호 사건 이후 앞으로 우리가 마주쳐야 할 안전의 다양한 뒷모습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안전 강화=선(善)'이라는 단순 공식 아래 많은 정책과 법안들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진두지휘할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 중요하다. 이는 곧 앞으로 신설될 국가안전처에서 안전관리 정책을 담당할 현 안전행정부 2차관이다. 최근 이 자리에는 육군 중장 출신인 이성호 전 국방대 총장이 선임됐다. 한평생 군에서 몸담아온 사람이 갑자기 한 국가의 안전 총괄 책임자로 왔다. 다소 생뚱맞지만 그는 안전과 안보를 같은 선상에서 해석했다. 안전은 재난을, 안보는 전쟁이라는 불확실성과 싸운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리고 앞으로 안전 강화를 위해 국민들도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안전훈련이 군사훈련과 같은 일방통행식의 결과물이어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 국민과 군인은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덴만의 여명'과 같은 전광석화처럼 테러진압 작전을 주도한 이 차관이 자칫 안전 강화 역시 '작전'처럼 여길 수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가 앞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세월호 참사를 통해 뼈저리게 느낀 대한민국 안전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다. 좋은 안전정책을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설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국민들과 소통이 중요하다. 안전은 꼭 필요하고 좋은 것이니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은 곤란할뿐더러 효과도 적다.

실제로 얼마 전 정부는 유사 이래 처음으로 국내 모든 백화점과 대형마트·영화관 등 주요 다중이용시설이 참가하는 대규모 화재 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일부 백화점들의 경우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손실을 감내해야만 하는 희생이 뒤따라야만 했다. 하지만 당시 얼마나 실제상황을 가장하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훈련은 양보다는 질이라는 얘기다. 결국 안전은 제도와 법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될 때 꽃을 피울 수밖에 없다.

한영일 사회부 차장 han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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