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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없는 세계화는 무모한 도박"

빈부격차 체제위협…성장·분배 균형잡힌 공공정책을■ 부의 분배 에단 캡스타인 지음/생각의나무 펴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힘찬 전진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분배문제를 계속 외면한다면 세계화 자체가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성장이 우선인가, 분배가 우선인가. 파이를 키우는 것이 먼저인가, 파이를 공정하게 나누면서 파이를 키워가야 하는가.. 자본주의의 태동 이래 끊이지 않는 논란이 세계화의 정점에 이른 현시점에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장의 자정능력을 확신하는 극단적 신자유주의자들은 "우리는 치솟는 실업률과 떨어지는 이자율을 사랑한다. 우리는 구조조정을 사랑한다"며 노동자들의 참혹한 삶을 돌아보기를 거부하고 있는 반면, 반세계화론자들은 "세계 노동자들을 억압과 고통속에 몰아넣고 있는 세계화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비판적 신자유주의자 에단 캡스타인의 시각으로 보면 극단적 신자유주의자의 주장은 결코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반세계화론자의 주장은 절대로 노동자의 분배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분배 문제에 실망한 반체제적 노동자들로 넘쳐나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생존 가능할 리가 없고, 자유주의의 성장엔진이 멈춘 경제가 넉넉한 분배를 담보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책 '부의 분배'는 21세기 미국식 세계화에 맞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본과 노동의 새로운 비전을 차분히 탐색해 나가고 있다. 미국 주도의 세계화가 간과해온 사회적 책임과 공정한 부의 분배에 대한 논의를 통해 노동자들과 세계화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이다. OECD 수석 행정관을 지냈으며, 미국 미네소타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캡스타인은 자신을 신자유주의주의자로 규정하면서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 체제를 지키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도출해 내는데 힘을 기울인다. 캡스타인의 메시지는 "성장과 분배가 양립가능할 뿐만 아니라, 마땅히 양립해야만 신자유주의의 체제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성장과 분배의 양립, 그 당위성을 입증하기 위해 저자는 우선 세계화의 역사를 서술한다. 자본주의 세계화의 시발은 산업혁명. 당시 농민들은 도시 노동자로 밀려나면서 농촌의 사회적 안전망을 상실했다. 삶의 희망을 잃은 도시 노동자들은 이후 체제전복을 주장하는 과격한 정치운동에 빠져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세계화 초기, 세계화와 노동자 사이의 간극은 결국 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 지도자들이 공정성과 성장을 함께 담보하는 자유주의 세계경제체제 건설계획에 합의함으로써 메워질 수 있었고, 전후 수 십년동안 자본주의는 전례없는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냉전체제 붕괴 후 미국 중심의 세계화가 득세하면서 시장과 노동자는 다시 적대적인 관계로 돌변했다.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와 사회안전망의 부실화가 원인이다. 저자는 노동자들의 사회에 대한 불신이 극심해 질 경우를 우려한다. 공정한 분배의 규칙이 지켜지지 않고, 사람이 사람다운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노동자들의 선택은 체제 거부 또는 체제 전복 뿐이라는 것이다. 캡스타인은 "국가가 직접 나서서 빈곤층을 끌어올려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IMF IBRD 등 국제 경제기구들도 효율성만 따져온 관행을 깨고 공정성과 분배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노동 이동성을 증진시키는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노동자 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효율성과 공정함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공공정책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공정함에는 일체 관심을 두지 않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없는 미국식 자본주의 오만을 마치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의 질주를 보듯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 특히 OECD 가입국 가운데 유일하게 주거ㆍ가족ㆍ보육 등의 복지급여가 전무하면서도, 미국식 세계화를 고스란히 수입해 들여온 우리 경제에도 "공정함이 없다면 지속적인 성장도 없다"는 캡스타인의 메시지는 유효한 것이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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