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마거릿 클라크 박 여사의 빈소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만났다.
두 사람은 서로 어색한 악수를 나눴지만 이내 긴 침묵이 이어졌다. 삼남인 박삼구 회장과 사남인 박찬구 회장은 서열에 따라 나란히 서서 조문객을 맞았지만 끝내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다. 박삼구 회장은 빈소에서 함께 조문객을 맞은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녀 박미영 씨의 남자친구와는 간간히 대화를 나누면서도 동생인 박찬구 회장에게는 끝내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박삼구 회장은 이날 오후 8시부터 시작된 조문에 앞서 7시10분에 빈소에 도착해 일찍부터 자리를 지켰다. 이보다 조금 늦은 7시30분경 빈소에 도착한 박찬구 회장은 절을 한 다음 빈소를 지키던 가족들과 손을 잡으며 이 가운데 박삼구 회장과도 살짝 손을 잡았다.
형제가 만난 것은 지난 7월 둘째 형인 고 박정구 전 금호 회장의 기일 이후 2개월 만이다.
이날 빈소에는 두 사람 외에도 오남인 박종구 폴리텍대학 이사장과 박삼구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박찬구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보 등이 서열대로 나란히 늘어섰지만 긴 시간 동안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열지 않은 채 핸드폰만 만지는 어색함이 이어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은 몇 년 간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금호석화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그룹에서 제외해 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고법에서 패소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금호' 상표권을 놓고 금호석화의 자회사인 피앤비화학은 지난 5월 금호산업에 브랜드 사용료 90억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게다가 최근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린 금호산업의 구조조정안에 대해 금호석화가 이의를 제기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바 있다.
한편, 이 날 빈소에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이홍구 전 국무총리, 전윤철 전 감사원장, 신승남 전 검찰총장 등이 찾아 위로를 전했다. 이날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오후 10시가 넘도록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았다. 마거릿 클라크 박 여사의 발인은 오는 2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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