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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금융시장 원칙이 무너진다

인사부터 지방은행 민영화까지 정치권·이익단체 흔들기 난무<br>광주·경남은행 분리매각 지역자본 우선권 특혜 요구<br>우리금융 고위 인사 이어 지방은행장 선임 외부 입김<br>감독당국도 정책 오락가락 금융산업 신뢰상실 부추겨


우리금융그룹의 한 계열사 고위인사는 최근 유임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뒷말이 무성했다. 외부에 줄을 댔다는 것이다. 능력과 원칙에 따른 인사라면 두말할 게 없지만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의 특성상 외적 요인이 감안된 결과라는 얘기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인사청탁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 한다면 임직원 다 있는 데서 망신을 주거나 강등시키겠다"고 할 정도였지만 인사의 원칙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금융산업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조직관리의 최우선인 인사에서부터 우리금융 민영화, 은행 수익성 관리 같은 전반적인 틀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회사에 정치권이 개입하고 당국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신뢰가 생명인 금융업이 안으로부터 주저앉고 있다. 금융회사 직원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는 주장을 하거나 단체 행동만 하고 있다.

◇금융에 '지역과 정치' 결합…이익집단 생떼 난무=박흥석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5일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과 금융위원회를 방문해 광주은행 매각공고 때 지역상공인연합체에 우선협상권을 줄 것을 건의했다.

앞서도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분리매각시 지역자본에 우선권을 달라는 요청은 정치권을 통해 계속 나왔다.

문제는 이 같은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자본은 현재 지방은행의 지분 15%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이런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면서 해당 지역에서 지방은행을 사들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지역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1조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이는 인수자금을 대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사를 파는 데 정부가 '최고가 매각원칙'을 세웠음에도 정치적인 배경을 이유로 특혜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지역 상공회의소에 넘겨준다고 해도 은행의 고위직이 지역 유력인들의 '인사 놀이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방은행 매각 우선권을 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사실상 매각을 무산시켜 지금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뜻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인 고려도 중요하겠지만 돈을 다루는 금융산업에 있어서는 이런 개입은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방은행장 인선도 마찬가지다. 경남은행장 인선을 놓고 파열음이 계속되더니 광주은행장 인선작업은 난맥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민영화를 앞둔 시점에서 이에 맞는 능력을 갖춘 이가 뽑히는 게 원칙이지만 현실은 내부사람이냐, 외부인이냐의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 12일 면접을 앞두고 있는 광주은행장은 김장학 지주 부사장과 조억헌 광주은행 부행장의 2파전으로 사실상 압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도 오락가락 신뢰 상실=금융감독당국도 일정 부분 중심을 잡고 있지 못한다. 정치권과 외부의 흔들기가 극심한 가운데 당국도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2011년 금융감독당국은 은행의 수수료 인하를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탐욕이 문제가 됐던 때다.

그러나 당국은 올해 들어 방향을 틀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들어 은행의 수수료 수익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STX 같은 대기업 구조조정이 계속 추진되고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자 은행의 수익이 급격하게 추락했다. 원칙적으로는 비이자이익 증가가 맞는 방향이지만 중심을 잡지 못하다 보니 오락가락 정책이 돼버린 셈이다.

STX 같은 기업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당국이 중심을 잡고 일을 풀어나가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부분이 많다.

BS금융지주 사건도 당국이 원칙을 저버린 사건이 됐다. 외압논란이 무성하지만 결과적으로 금융감독당국이 제재를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최고경영자를 물러나게 했다. 스스로 원칙을 깬 것이다.

일부 금융권의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인사 채우기도 같은 흐름에서 볼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은 금융사에 능력과 원칙에 따라서 인사를 하라고 하지만 일부 모피아 인사는 자리 봐주기로 한 것도 있지 않느냐"며 "정부 스스로도 앞뒤가 안 맞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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