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에 투기자금이 몰리며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금지한 유사 사모펀드까지 출현하면서 증시 과열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사모펀드(PE·벤처캐피털) 등록숫자는 1만2,285개로 파악됐다. 이는 2월 말의 7,989개와 비교하면 3개월 만에 4,000개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 기간 운용자산(AUM)도 750억달러 증가한 4,330억달러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종사자 수도 6만명 늘어나 총 19만9,000여명에 달했다. 헤지펀드 등 투기적 자금이 이용하는 주식담보대출(margin debt)은 1년 사이 2배나 늘어나며 2조2,100억위안(약 3,560억달러) 규모로 상하이와 선전시장 시가총액의 8.9%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사모펀드와 헤지펀드가 급성장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에도 원인이 있지만 '위험회피'보다 차입(leverage)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중국 투자자들의 성향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는 2월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에 대한 까다로운 승인절차를 없애고 손쉽게 펀드를 출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특히 이날도 주식담보대출을 통한 신용거래의 '합리적 연장'을 허용한다고 밝혀 헤지펀드 관련 규제가 더 완화됐다. 증감회는 "현재 신용 만기가 최장 6개월로 지정되며 트레이딩 비용을 높이고 장기투자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신용 만기연장은 시장환경과 고객들의 신용상태 등을 고려해 증권사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거래의 경우 증거금을 내고 돈을 빌려 주식을 사거나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하는 기법으로 헤지펀드들이 단기 수익 창출을 위해 주로 이용한다.
증감회의 이날 신용거래 연장 조치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시 과열을 경계하면서도 규제로 증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지 않겠다는 중국 증권당국의 의중이 반영됐다"며 "중국 증권당국은 현재의 과열 국면을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용거래 확대와 헤지펀드·사모펀드 증가가 중국 증시의 거품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가가 급락할 경우 속칭 '깡통계좌'가 속출하며 개인투자자들을 파산으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헤지펀드들의 독특한 구조도 리스크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서구의 헤지펀드는 주로 기관투자가들의 돈을 운용하지만 중국은 은행과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모집해 1년 단기 상품으로 운용한다. 단기간에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만큼 헤지펀드가 신용거래를 통한 거래를 확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중국 증권당국도 상승세를 꺾지 않는 선에서 신용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WSJ는 내다봤다. 실제로 증감회가 증권사의 신용 상한을 낮추고 신용제공 증권사의 자본요건을 강화하는 규제를 발표한 후 각 증권사는 자발적으로 신용을 줄이는 추세다.
한편 12일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12일 기준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10조달러(약 1경1,000조원)를 넘었다. 12일 기준 중국 증시 최초상장(primary listing)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10조500억달러에 이르렀다. 지난 12개월 사이 6조7,000억달러 증가한 것이다. 여전히 세계 최대인 미국 시가총액(24조7,000억달러)의 40% 수준이지만 3위인 일본보다 2배, 한국보다는 7배 정도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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