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3월19일] 고리 1호기 권홍우 편집위원 1971년 3월19일 오전11시, 경남 동래군 장안면 고리. 박정희 대통령이 첫 삽을 떴다.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시작된 순간이다.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에는 단일설비로는 최대의 공사비가 들어갔다. 외자 1억3,816만달러를 포함해 1억7,543만달러라는 공사비는 예산의 10%가 넘는 규모였다. 거액이 투입된 만큼 오랜 준비과정도 거쳤다. 원전 건설의 밑그림을 그린 것은 1962년 11월. '원전발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착공시기를 1971년으로 잡았다. 관심의 초점은 후보지역. 경남 동래군의 두 지역과 경기도 행주군 등 세 지역이 제시된 가운데 1965년 고리가 잠정 결정됐다. 울산공업지대와의 연결을 위해서다. 대책위는 당초 발전용량을 15만kW로 구상했지만 1968년 미국의 용역회사는 50만kW급을 제시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한국의 전체 발전용량이 60만kW였던 시절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결국 발전용량은 58만7,000kW급으로 정해졌다. 고리 1호기는 건설자금의 40%를 대기로 했던 영국이 경제위기를 겪는 통에 자금이 제때 조달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무사히 완공, 1978년 상업발전에 들어가 설계수명 30년을 다한 2007년 6월까지 1,147억kWh의 전력을 생산하며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보수공사를 통해 올 1월부터 재가동된 고리 1호기는 10년간 더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고리 1호기는 설계에서 시공ㆍ가동까지 외국에 의존했지만 오늘날 우리의 원전 기술은 한국형 3세대 원전을 제작할 정도다. 가동 중인 원전 수(20기)로도 한국은 세계 6위권의 원전강국이자 모범적인 원전 운용국으로 꼽힌다. 수출까지 추진하는 한국 원전이 지닌 역동성이 이곳에서 출발했다. 37년 전 오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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