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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진흥공단과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일방적으로 시중 백화점 등에 중소기업 전용매장 설치를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중기유통센터는 대형 유통업체들과 제대로된 사전협의없이 언론 등에 중기 전용매장 설치 방안을 발표하는 등 전시행정에만 치중, 유통업계는 물론 중소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치밀한 시장조사와 구체적인 실무작업이 부족한채 동반성장을 앞세운 강압적 여론몰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유통센터는 롯데와 신세계, 농협 등의 대형매장에 중기 제품 전용 판매관인 '히트500플라자'(신기술벤처창업관) 매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9일 손창록 중기유통센터 사장은 "롯데와 현대, 신세계 등 주요 유통업체 매장에 165㎡ 규모의 중소기업 전용 판매장을 만들기 위해 협의 중"이라며 "우선 7월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 히트500 플라자를 오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손 사장의 발표에 대해 유통업체들은 제대로 된 사전협의가 없는 언론플레이이자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중진공과 중기유통센터가 단독으로 이 같은 전용매장 방안을 흘려 동반성장 여론을 등에 업고 강한 압박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중기유통센터는 중진공이 100% 출자해 만들어진 회사다. 또 중소기업청 산하 기관인 중진공 소속 심사위원들이 중기매장 입점상품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 방안에 대해 박철규 중진공 이사장이 보고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이들의 행태가 최근 정부의 대형유통사 때리기 분위기와 맞물린 강요로 인식되는 이유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두달전 유통센터 실무자가 매장 공간을 내달라며 찾아왔는데 정작 매장을 어떻게 꾸리고 관리해 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며 "무작정 동반성장해야 되니 방법을 알려달라고 찾아와서 황당했다"고 전했다.
또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민간업체가 중소기업 전용매장을 할 테니 공간을 내놓으라고 하면 택도 없는 소리로 일축당할 것"이라며 "그러나 중진공의 자회사인 공기업이 요구해와 압력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취지가 좋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팔비틀기 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유통업체들이 강한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매장 공간을 내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출 감소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 중소기업 브랜드와의 형평성, 제품 신뢰도 문제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3.3㎡(1평)에서 월 평균 1억5,000만원, 백화점은 5억원의 매출을 거둔다. 유통센터의 요구대로 최대 165㎡의 공간을 중기전용 매장으로 할애할 경우 월 50억원 이상의 매출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유통사들은 "시장논리를 무시한 처사"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사기업에 일종의 '기부'를 강요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B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체 협력사 가운데 70%가 중소기업인데 이들은 철저한 내부 평가와 경쟁을 거쳐 입점한 곳들"이라며 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다른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평소에도 자체 박람회 등을 통해 우수 중소기업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런 부분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업체들은 또 유통센터가 추천하는 제품의 신뢰도 문제, 또 품절 현상 없이 제품이 원활하게 수급 가능한지 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대해 유통센터측은 "여러가지 필요성을 내세워 대형 유통사들을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센터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앞장서서 도와주면 최근 수수료율 인하 문제 등으로 쏟아지는 비난을 덜 받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백화점 등이 고민하는 매출 감소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유통매장에도 평효율이 낮은 코너가 있지만 필요에 따라 넣었듯이 중기매장도 그렇게 봐달라는 것"이라며 대형유통사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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