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공무원들의 세종시 이전과 지원 여부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지만, 막상 세종시와 맞닥뜨린 공무원들이 체감하는 불안감은 밖에서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공무원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세종시 이전에 합류하지만 아직은 현지 생활 환경이 열악한 탓이다. 10여 년 전 행정수도 후보지 4곳을 직접 다녔다는 한 직원은 "그 때만 해도 내 눈앞에 이렇게 펼쳐질 현실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걱정했다.
출산 앞둔 아내를 두고 홀로 떠나는 사무관, 자녀 학교 때문에 독신자 아파트에 입주하는 서기관, 분양 받은 텅 빈 아파트에 이불 한 채만 들여놨다는 과장, 출퇴근하는 KTX에서 볼 영화를 몇 기가나 미리 다운받아놨다는 국장 등 세종시 얘기만 나오면 누구든 사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후배들을 바라보는 고위급들의 마음도 착잡하긴 마찬가지다. 재정부 한 임원은 "과천청사 처음 들어올 때 내 손가락 굵기만 해던 나무들이 아름드리 그늘을 드리우는데 30년이 걸렸는데, 세종시는 과천보다 훨씬 열악하니 막막할 것"이라며 혀를 찼다.
그나마 과천청사에 입주했던 80년대 후반엔 한국경제가 순항했지만, 세종청사에 입주하자 마자 재정부가 떠안을 경제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다. 대통령 선거와 인수위원회 구성에 따른 수 개월 공백은 어찌할 것이며 서울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나타날 비효율은 또 어찌할 지 뾰족한 답이 없다. 오죽하면 공무원들끼리 "장관님 어디 계시냐"는 질문에 "도로 위에 계십니다"라는 답변이 가장 많이 돌아올 것이라고 농담을 주고 받을까.
물론 공무원 사회에 대한 국민적 시각은 아직 곱지 않다. 정권말이면 나타나는 보신주의와 줄서기 행태는 관료들의 평판을 스스로 까먹는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거주 이전의 자유를 구속당하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국토균형발전의 대열에 참여하는 세종시 이주 공무원들의 무거운 어깨는 국민들의 응원을 기다리고 있다. '아듀, 과천 시대'. '파이팅, 세종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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