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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빈 라덴과 西歐의 파산


[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빈 라덴과 西歐의 파산 "미국을 파산에 빠뜨리는 것" 얼마 전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TV가 공개한 비디오테이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 밝힌 미국 공격의 최종 목표다. 언필칭 '대미 성전(聖戰)'의 타깃점이 경제쪽인게 이채롭다. 그는 영국이 산출한 9.11테러 비용에 비해 미국의 손실 비용은 무려 100만배 이상 컸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미국의 재정적자 및 국가 채무 액수까지 들어가며 자신들이 계속 타격을 입힐 경우 미국의 파산은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속으로 숨어 다니는 빈 라덴이 입에 올릴 만큼 심각한 지경의 미국 나라 빚에 대해 그 숨겨진 실태와 정치판에서 진실이 감춰지는 과정을 파 헤친 한 권의 책이 흥미를 끈다. 미 보스턴대 로렌스 코틀리코프 교수는 저서 '다가올 세대의 폭풍'(The coming generation storm)에서 미국 부채액수는 현재 알려진 것보다 무려 12배나 더 많다며 미 경제의 파국 가능성을 주장했다. 책이 말하는 미국 정부의 도깨비 예산 놀음은 실로 점입가경이다. 재정 관련 통계는 선거 때마다 바뀌고 있다. 그중 미국인 1인당 부채의 경우 공식 발표된 건 1만4,300달러지만 비 공식 부채를 더하면 액수는 15만9,000달러로 불어난다. 저자의 고발은 이어진다. 정치인들은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선거만을 염려, 유권자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정책 당국은 당국대로 고령화와 맞물린 미래 비용에 대한 정보를 공식적으로 조작하는 방법이 예술의 경지에 달했다고 비꼬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미국의 후세는 '빚 폭풍'을 만나 공멸의 운명을 맞을 거란 주장이다. 책이 전하는 미국 부채의 실상이 과장됐는 지의 여부는 정확히 알 길이 없지만 달러 붕괴론 나아가 미 파산론까지 생겨나는 현실은 적어도 팔장을 끼고 느긋이 바라 볼 상황만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경제 파국의 시나리오가 지금 미국만의 얘기로 그치지 않는 다는 게 또한 문제다. 나라가 짊어지고 있는 빚, 그리고 경제에 잔뜩 낀 거품은 미국을 필두로 대다수 선진권 국가들이 안고 있는 공통적 현상이다. 일본의 빚 역시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독일 등 대부분의 유럽 연합권 상황도 못지않다. 그저 잘 나간다는 소리만 들리는 중국은 어떤가. 금융권 부실과 재정 적자로 인한 중국발 세계공황을 말하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다가오는 위기 국면 타개를 위해 대만과의 전쟁 가능성까지 들먹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정부 말만 듣고 있다 IMF라는 유례없는 국가 재앙을 맞은 경험이 있는 한국도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정부 주장만 믿고 앉았기엔 맞딱뜨린 현실 이 안개 속이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에 늘어만 가는 재정 수요는 앞으로 닥쳐올 미래의 불확실성을 마냥 높이고 있다. 지금 이 나라 저 나라가 겪고 있는 국가 재정 부족의 심각성은 아무리 앞뒤를 재봐도 남의 얘기만이 아닌 바로 우리 문제다. 빈 라덴이 말한 미국의 파산이 허튼 소리만은 아닐 수 있는 근거는 이렇듯 세계 경제의 뒷골목에 웅크리고 있다. 그리고 그 대상도 미국을 필두로 빈 라덴의 '적' 비이슬람 서구권 어떤 나라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로마 이래 최강의 제국이라는 미국, 그리고 그 신기루 같은 미국 경제에 목을 매고 사는 서방 세계 오늘의 씁쓸한 뒷모습이다. hjhong@sed.co.kr 입력시간 : 2004-12-2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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