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는 종이와 펜이 있고 그림 속에 등장인물은 잠을 자고 있어요. 그 뒤에는 괴물들이 날아다니죠. 잠을 자면 나타나는 괴물은 바로 미신이나 주술적 사고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1798년 프랑스혁명 이후 신(神) 중심의 사회를 무너뜨리고 이성의 시대가 도래해 이성으로 판단하는 사회의 틀을 만들자는 사회적 개혁이 본격화했지만, 고야가 살던 스페인은 아직도 신분사회였으며, 사회 전체적으로 주술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었죠. 이 그림이 탄생하게 된 배경입니다.”
23일 서울시교육청 개포도서관에서 열린 고전 인문학 강좌 ‘미술작품에서 인문고전 읽기’의 두번째 시간에 박홍순(사진) 작가는 고야의 ‘잠자는 이성은 괴물을 깨운다(1799)’는 작품에 대한 해석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성과 평등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강의에서 박 작가는 고야의 ‘아름다운 금요일(1798)’, ‘이것이 가장 나쁘다(1812)’ 무리요의 ‘거지소년(1650)’ 드가의 ‘다림질 노동자(1884)’ 등의 작품을 통해 시대적 변화에 따른 이성과 감성의 사회적 수용, 부자와 빈자를 통해 사회적 평등이라는 메시지를 풀어나갔다.
그는 “공공 도서관에서 부모들이 인문학 강의를 듣게 되면 자녀들의 독서지도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도서관 인문학 강좌는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수강생들이 열정적”이라며 “미술로 풀어나가는 인문학 강의는 친근한 그림을 통해 해석과 성찰의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복잡한 인문학의 길에서 우리들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미술관 옆 인문학’ ‘사유와 매혹’등 인문학 분야의 스테디셀러 작가로 공무원, 교사 등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는 물론 공공도서관의 스타 강사로 유명하다.
한편 이날 강의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다가 은퇴 후 개포도서관에서 개설하는 인문학 강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는 수강생 기영상씨를 만났다. 2년 전 은퇴했다는 그는 “학창시절에는 제대로 공부할 여건이 안됐고, 현업에 있을 때는 살아남기 위해 일하고 일에 관련된 정보 얻기에 바빴다”며 “은퇴하고 나서 도서관에서 내용이 충실한 인문학 강의를 들으면서 철학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어렵기만 했는데 도서관을 다니면서 줄기를 잡고 공부를 해 가다 보니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져 고민”이라며 활짝 웃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전 인문학 강좌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이번 강좌는 30일까지 계속된다.
22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열리는 이번 고인돌 강좌는 ‘미술작품에서 인문고전 읽기’외에도 한국고전, 한국건축, 철학, 서양고전 등을 주제로 한 풍성한 인문학 축제가 2월까지 이어진다. 강의신청은 무료이며,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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