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불법도청 법대로 해결해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이 앞장서서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 국정원장이 구속되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전 국정원 차장이 자살해 불법도청 사건에 관한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전직 대통령까지 이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 나섰다. 최경환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은 두 국정원장의 구속을 강정구 교수 사건에 빗대 “형평성에 어긋난 일”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최 비서관은 “대한민국을 부인한 사람은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까지 동원해서 불구속하고 대한민국을 지켜낸 사람은 구속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안기부 시절 ‘불법도청 원조범죄’는 거리를 활보하고 DJ 시절 ‘관습범죄’는 구속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발 더 나아가 송영길 의원 등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 12명이 두 국정원장의 변론을 맡겠다고 나섰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세우지 않았지만 청와대의 한 관계자의 입을 통해 “진짜 불법도청의 ‘원조’들은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대로를 활보하고 있는데 두 사람에게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형평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이날 당직자 회의에서 이 전 차장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도청 사건과 관련한 여러 가지 불행한 일에 대해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단순한 불법도청 수사로 끝내지 말고 이번 기회에 국정원에 대한 근본적 개편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반응은 불법감청과 관련된 수사가 정치적ㆍ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실임을 증명한다. 그러므로 불법감청에 대한 수사는 철저히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하며 외부의 힘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 지금은 두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이 이뤄진 상태에 불과하다. 물론 해당 개인과 그 파장을 염려하는 측에서는 관련된 조치를 예측해 조기에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전체 수사 절차에서 처음에 해당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각 수사 단계에서 필요한 요건은 단계적으로 심사하고 구속 사유가 있으면 구속해 수사가 진행되며 다음 단계로 연결되는 것이다. 다른 사안과의 형평성에 대해 논란이 많다. 그러나 여러 사안을 각각 살펴본다면 각 구속 사유와 관련된 정황이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과거 불법감청과 관련한 형평성의 문제도 시효제도라는 법적 한계에 기인한 것이다.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에서 법적 요건과 한계를 벗어나 수사를 하는 것은 또 다른 형평성 침해에 해당하는 것이다. 자신의 비밀스러운 사생활 등에 관한 통화 내용이 불법도청됐다고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전직 국정원장의 구속에 대한 의견이 달라질 것이다. 불법감청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면 관련된 진실은 나름대로 밝혀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은 헌법과 국민이 부여한 스스로의 수단을 통해 의견을 제시하거나 조치를 취하면 될 것이다. 불법감청은 형평성과 관련된 논란과 무관하게 대한민국의 질서를 파괴하는 위법한 조치이다. 감청의 필요성이 있는 정보기관이라면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통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행해야 한다. 과거 불법감청으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여러 희생자가 발생한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또 그 수사 절차에서는 검찰의 독립성이 어느 때보다도 보장돼야 한다. 한 조직의 발전에 있어서 부정적 요인은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 이를 주저하거나 간과한 경우 그 조직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이는 국가라는 큰 조직에도 적용되는 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보이는 요소는 물론 보이지 않는 부정적 요소까지도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 최근에 이뤄지는 과거사의 청산도 이와 연결되는 것으로 더 발전된 미래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장통이라 생각하고 적법하고 확실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정보원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관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진정한 개혁은 인적 쇄신보다 업무 쇄신을 통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근처에 불법으로 주차됐던 자동차와의 형평성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불법주차 행위가 용서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자신의 불법주차에 대한 근거자료 중 함께 찍힌 앞 자동차의 폐쇄회로 사진이 발견된다면 형평성의 측면에서 올바른 결론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