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글로벌 인사이트] 슈퍼 리치 "방향성 안보여"… 현금 쥐고 단기시장만 기웃

'저금리시대의 종언'… 채권서 자금 급속 이탈<br>미 경기회복 속도 늦어 주식 이동엔 시간 걸려<br>자산 다변화·유동성 확보 스마트 투자 주력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이사회 의장이 출구전략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도 급변동하면서 일반 투자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력을 갖춘 '슈퍼 리츠'의 투자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고액 자산가들은 현재 ▦신흥국 채권ㆍ주식 ▦원자재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의 장기채권 ▦캐리 트레이드 등에서 빠져 나와 ▦달러화ㆍ유로화 ▦단기 채권이나 전환사채(CB) ▦금리변동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금리선물 ▦선진국 부동산 시장 등으로 몰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이들의 주요 투자처인 사모펀드(PEF) 등의 자금을 일컫는 '스마트 머니'도 이 같은 자금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슈퍼 리치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판도가 안개속으로 빠져들자 "쉬는 것도 투자"라며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아직 일러= 연준의 출구전략 기정사실화는 '저금리 시대의 종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채권 시장이 약세를 띨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채권 시장에서 자금 탈출 행렬이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인 트림탭스에 따르면 미국 채권 뮤추얼펀드와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서 6월1일부터 18일까지 이탈한 자금은 472억달러에 달했다. 이전 최대 기록인 2008년 10월 418억 달러의 월간 유출 규모를 이미 추월한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594%로 22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주식 시장으로 섣불리 옮겨 탈 수도 없다는 게 슈퍼 리치들의 고민이다. 버냉키 의장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의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아 기준금리 인상에는 빠르면 2015년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메이어 스태트먼 산타클라라 대학교수는 "현재 성장률이나 실업률보다 중요한 지표는 인플레이션"이라며 "물가가 상승해야 금리도 빠르게 오를 수 있는데 현 경 여건을 감안한다면 금리인상의 속도는 빠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디스 분석에 따르면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014년 3.5%까지 오르고 2015년 말께 4.5%에 달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안전자산인 채권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자금이 대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가속화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대세다. 실제 미국 상장지수펀드(EFT)에서는 자금이 되레 유출되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미 ETF의 경우 뮤추얼펀드와는 달리 순자산가치에 프리미엄이나 할인을 적용해 매매되고 있어 시장 급변동기에는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 또 특정산업에 특화된 주식형 펀드도 소매주 펀드 등 일부 산업군을 제외할 때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단기 자금 시장서 맴맴 도는 슈퍼 리치= 자산가들도 채권에서 주식으로 섣불리 갈아타기보다는 틈새시장 발굴 등을 통해 자산을 다변화하는 한편 리스크를 분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산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튈 지 장담하지 못하는 만큼 어느 때나 현금을 바꿀 수 있는 금융 상품을 들고 투자 기회를 엿보겠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채권 가격이 폭락하는 와중에도 미국 단기국채 시장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 채권형펀드나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현금성을 갖춘 단기 채권형 수익증권의 인기는 여전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포브스는 "장기 채권 매도는 상식이지만 채권형 투자를 모두 멈출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배당주식 및 채권의 이득을 고루 향유할 수 있는 미국 인컴펀드도 고액 투자자들의 눈길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주식과는 달리 회사채는 이율과 만기가 다양해 손쉽게 매도하기 힘들다"며 "반대로 유사시 현금화가 어려운 정크본드급 회사채 시장은 고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미국 전환사채(CB)도 인기를 끌고 있다. 리서치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에서 발행된 CB 물량은 지난해 전체 물량을 이미 넘어섰다. 지금은 채권 확정 이자를 받되 나중에 주가가 오려면 주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이밖에 금리선물 계약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 시장이 한치 앞도 모르는 장세를 연출하면서 현금 비중을 늘리는 투자가들도 늘고 있다. 최근 RBC가 순투자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인 자산가 4,000여명의 자산관리 매니저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슈퍼 리치들은 자산의 약 30%를 현금 및 예금 등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출구 전략이 본격화해 시중의 돈이 회수되면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지'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금리가 높은 은행 정기예금을 찾는 자산가들의 발길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적완화 기간 동안 대부분의 자산이 무차별적인 혜택을 봤다면 이제는 좋은 자산을 낮은 가격에 사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자산을 급격하게 이동하는 것보다는 '다변화'로 대표되는 '스마트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