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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최저환율제 포기] SNB, 눈덩이 환율방어 비용에 결국… "23년전 영란은행 환율전쟁과 닮은꼴"

■ 왜 폐지했나

경제·외환시장 수급 무시

통화가치 절상 막으려다 과도한 외환자산 떠안아

수출·관광객 유치 타격


스위스중앙은행(SNB)이 지난 2011년 9월 자국 통화인 스위스프랑(CHF)에 대해 도입했던 최저환율제를 3년여 만에 전격 철회한 데 대해 금융시장은 불가피한 고육책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SNB가 경제 펀더멘털과 외환시장의 수급요인 등을 무시한 채 유로당 환율을 최저 1.20CHF로 고정함으로써 너무 많은 경제적 비용을 치러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탓이다.

이는 1992년 영국 중앙은행(BOE)이 자국 파운드화 환율을 경직적으로 방어하려다가 금융시장의 큰손인 조지 소로스에게 호되게 당했던 환율전쟁 사건을 연상하게 한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당시 영국은 급격한 유럽국들의 통화 가치 급등락을 막기 위해 환율 변동폭을 제한하는 유럽환율조정체계(ERM·1979년 도입)에 가입해 있었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독일의 마르크화 가치가 급등했고 이로 인해 유럽 주요국의 통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마르크화 대비 환율상승)되자 유럽 국가들 중 상당수는 ERM을 탈퇴했다. 그러나 BOE는 고집스럽게 ERM을 고수하겠다면서 환율방어를 계속했다. 이때 소로스는 중앙은행이 시장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 파운드화에 대한 집중 공격을 개시했고 1992년 9월16일 하루에만 무려 10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화 매도 주문을 쏟아냈다. 파운드화 방어에 나섰던 BOE는 결국 보유외환을 바닥냈고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ABC방송은 SNB의 최저환율제 포기 선언이 BOE의 사례를 정반대로 따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BOE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다 보유외환을 탕진했다면 SNB는 통화 가치의 과도한 절상을 저지하려다가 지나치게 많은 외화자산을 끌어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SNB가 보유한 총자산(대차대조표 기준)은 지난해 10월 현재 5,247억4,010만CHF(647조6,300억DU원)를 기록해 최저환율제가 도입되기 직전 연도인 2010년 말(2,699억5,490만달러) 대비 94.4% 폭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경기부양을 위한 유럽중앙은행(ECB)의 미국식 양적완화(QE) 도입 움직임도 SNB의 최저환율제 포기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ECB가 QE를 실행하면 가뜩이나 약세인 유로화 가치가 더 떨어져 상대적으로 CHF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를 내다본 SNB가 먼저 선수를 쳤다는 것이다.



금융관계자들은 SNB가 항복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 과정에서 시장이나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과 소통하지 않아 불신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행의 아나톨리 아넨코프는 "중앙은행들은 대체로 (미래의 정책결정에 대해) 시장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미리 경고를 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일(SNB의 깜짝 조치)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가 스위스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SNB의 이번 결정으로 CHF의 평가절상이 이뤄지면 자국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수출은 물론이고 관광객 유치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유로화 대비 평가절상이 문제인데 유럽수출 비중이 높은 스위스의 기계산업 분야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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