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기부, 베풀면 돌아온다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세계 제일의 부자인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자선재단인 록펠러 재단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33세에 백만장자가 됐고 43세에 미국에 최대 정유회사를 세웠으며 53세에 세계 최대 갑부가 됐다. 그런데 기업 이윤만 추구하던 록펠러가 새로운 인생으로 전환되는 일생일대의 계기가 있었다.

그는 55세에 그는 알로페시아라는 불치병으로 음식을 전혀 소화하지 못했으며 눈썹과 머리카락이 빠져 몰골이 흉측하게 변해갔다. 게다가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최후 검진을 위해 휠체어를 타고 갈 때 병원 로비에 실린 액자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

짧은 한마디 문구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던 그때 입원비 문제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병원 측은 병원비가 없어 입원이 안 된다고 하고 환자 어머니는 입원시켜 달라고 울면서 통사정을 하고 있었다. 록펠러는 곧 비서를 시켜 병원비를 지불하고 누가 지불했는지 모르게 했다. 얼마 후 은밀히 도운 소녀가 기적적으로 회복되자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록펠러는 얼마나 기뻤던지 후일 자서전에서 그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삶이 있는지 몰랐다."

그 때부터 그는 나눔의 삶을 실천하게 되고 기적적으로 그의 병도 사라졌다. 놀라운 일은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마음을 바꾼 후부터 건강이 빠른 속도로 회복됐고 록펠러가 세상을 떠난 것은 시한부 생명을 선고 받은 후 무려 40여년이 지나서였다. 부를 사회에 기부한 대신 건강과 마음의 행복이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선물을 받은 셈이다.

타인을 배려할 줄 몰랐던 삶을 살았던 록펠러는 죽음에 직면해서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맞게 됐고 그 뒤 그는 98세까지 살며 록펠러재단을 통해 나눔을 베푸는 삶을 살았다. 회고담에서 그는 "인생 전반기 55년은 쫓기며 살았지만 후반기 43년은 정말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록펠러는 아들에게 "나는 아주 오래 전 돈을 남에게 나눠주기 시작한 후부터 재산이 점점 늘어나는 선물을 받기 시작했다"는 자신이 경험한 나눔의 힘에 관한 짧은 글을 남겨줬다.

현대 자본주의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은 생각만큼 빈부격차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공정한 경쟁기회와 복지 제도도 있겠지만 부자들의 활발한 기부문화에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기부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다. 개인 기부문화도 활발하지만 록펠러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등 거부들이 일궈놓은 재산의 사회 환원이라는 아름다운 전통이 오늘날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에 의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의미 있다. 특히 빌게이츠는 인종ㆍ종교 등 어떤 차별적인 요소로도 기금이 나뉘어지는 것을 반대했다. 그의 재단이 인류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학 연구에 주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대한 유산, '기부'는 함께 살아가며 나눔으로써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삶의 한가지 방법이다. 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혼자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행복을 추구한다. 전재산의 95%를 사회에 환원하며 미국 거부들의 기부문화를 정착시킨 카네기는 "죽은 후에도 부자인 것처럼 부끄러운 일은 없다"고 했지만 돈이 없더라도 내가 지닌 재주나 노동, 아니면 따뜻한 마음 한 자락으로도 이웃과 나누는 것이 바로 기부다.

이런 나눔으로 인간은 보다 고양되고 진보한다.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모두가 잘살 수는 없다. 잘사는 사람이 있으면 불우하게 사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나이가 들면 주위에서 보살펴주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게 마련이다. 연말연시 가까운 사람부터 돌아보며 어려운 이웃을 1%의 나눔,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도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