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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승자독식 등 미국과 한국은 닮은꼴"

■ 미국사 산책 (강준만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


'신대륙 이주와 독립전쟁'을 제1권으로 시작한 강준만 교수의 '미국사 산책'이 약 10개월만에 제17권 '오바마의 미국'을 끝으로 완간됐다. 그 동안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줄기로 엮어내는 저서를 펴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친미 대 반미'라는 이분법적 미국사에서 벗어나 미국의 명암을 동시에 보기 위한 시도를 했다고 말한다. 책은 전문 역사서라기보다 통섭적 시각에서 다양한 주제를 포괄해 지식과 개념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좌우의 시각을 종횡으로 오가며 방대한 자료와 책, 기사 등에서 추출한 숱한 이야기들로 미국사의 각 장면을 보여준다. 미국사 주요 사건의 연도, 지명, 인명 등을 자세히 밝히며 사건의 선후관계와 맥락을 보여주는 등 특정 사건에 대한 도덕적 판단보다는 사실적 접근에 중점을 뒀다. 특히 시공을 넘나드는 서술방식이 눈길을 끈다. 1권의 경우 아메리카 대륙에 인간이 살기 시작한 기원전 역사부터 시작해 곧바로 15세기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갔다가 다시 '콜럼버스는 과연 영웅인가, 약탈자인가'에 관한 21세기 논쟁으로 이어진다. 인쇄술의 발명과 종교개혁 등 콜럼버스와 그의 후예들을 아메리카로 밀어낸 유럽 사정을 파고들었다가 포카혼타스 신화 등 아메리카 원주민 사정, 노예무역과 인디언 사냥, 독립전쟁, 유럽의 죄수유배지가 된 호주 원주민의 비극 등으로 확장해간다. 마지막 17권은 오바마 정권의 등장과 향후 전망을 축으로 최근의 위키리크스 파장과 '구글-위키피디아-아이폰' 정치학까지 다루면서 '왜 미국은 제2의 한국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압축성장, 평등주의, 물질주의, 각개약진, 승자독식 등 근대화 이후 생겨난 현상들에서 한국과 미국이 닮아 있다고 본 저자는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알기 위해, 또 미국 중심으로 흘러가는 세계를 알기 위해 '미국' 그 자체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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