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대통령·YS·JP도 내가 만든 백김치 즐겼죠" 백김치 달인 프라자CC 이점순 씨 용인=글ㆍ사진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관련기사 필드 나가는 또 다른 이유 '골프장 맛집' "내 특기 성게국·메생이탕 골퍼들은 깊은 맛 즐겨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골프객들을 맛으로 사로잡아 온 백김치의 달인이 있다. 바로 경기도 용인 프라자CC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근무하는 이점순(66) 씨. 이 씨는 한양컨트리클럽에서 일하던 70년대 초 이 백김치를 개발해 유명해졌고 이후 수원컨트리클럽을 거쳐 현재 프라자CC에서 일하고 있다. 이 씨가 백김치를 개발한 이유는 박 전 대통령 때문이다. 70년대 초 박 전 대통령은 토ㆍ일요일이면 어김없이 한양컨트리클럽에서 골프를 쳤다. 박 전 대통령은 평소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데다 술을 많이 마셔 육영수 여사의 걱정이 심했다. 육 여사는 생각다못해 이 씨에게 “쓰린 속을 버리지 않도록 백김치를 만들어 대통령께 내달라”고 주문했는데, 이것이 이 씨가 백김치를 개발하게 된 사연이다. “당시엔 이후락 같은 실세들, 공화당의 2인자 김종필, 야당의 젊은 기수로 꼽히던 김영삼도 한양컨트리클럽에서 골프를 치고 귀빈실에서 식사를 했어요. 서로 뜻은 달랐는 지 몰라도 백김치는 모두들 좋아하더라고.” 이 씨의 백김치는 무척 특이하다. 시중에는 잣, 밤, 대추 등을 올려 맛과 멋을 더한 백김치가 대부분이지만 이 씨의 백김치는 겉으로 봐선 배추와 국물 뿐이다. 이 씨는 “그런 재료들을 쓸 경우 숙성과정에서 맛을 망친다”면서 “예전 시골 어머니들이 담그던 그대로 해야 배추와 국물에 제맛이 우러난다”고 말했다. 그래선지 전날 과음한 골프장 직원들은 이 씨를 찾아가 “백김치 국물 한 사발만 달라”고 사정하기 일쑤다. 다른 골프장이나 한화그룹 계열사 식음료 담당자 중 이 씨의 백김치 맛을 배우러 온 사람도 많다. 그러나 배우고 가서 제대로 된 맛을 내는 데 성공한 사람이 없다. 때문에 항간에는 “이 씨가 결정적인 비법은 안 가르쳐 준다”, “이 씨가 한밤중을 틈타 몰래 혼자 김치를 담근다”는 소문도 돌았고, 언론에도 이렇게 보도된 적도 있다. 그러나 이 씨는 “비법 같은 건 없다”고 단언한다. “간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고, 숙성 잘 시키면 끝이지, 한번도 담그는 법을 숨기려고 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김치를 버무릴 때는 남의 손을 빌리지 않는데, 그 이유는 사람에 따라 ‘손맛’이 달라 숙성과정에서 김치 맛이 일정치 않게 되기 때문이다. 3,000원을 내고 따로 주문해야 먹을 수 있는 이곳의 백김치를 먹어 본 사람 중 “혼자 먹기 아까운 맛”이라며 싸달라고 하는 골프객도 많다. 그러나 절대 포장 판매는 하지 않는다. 물량도 딸리거니와 차량에 넣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김치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씨의 백김치를 전수 받은 사람은 딱 한 사람, 사촌 동생인 이계순(55) 씨 뿐이다. 동생 이 씨도 스카이밸리 골프장에서 일한다. 그래서 골프를 오래 친 사람들은 두 사람을 ‘백김치 시스터스’로 부르기도 한다. 입력시간 : 2007/09/0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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