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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한계 극복한 거장 2인 전시회

박대성의 '불국설경'

윤석남의 '그린룸'

동양화가 박대성, 전통 회화 현대적 변주
겸재·청전으로 이어지는 실경산수 계보 이어 불국사 풍경 그린 8m 대작 '불국설경' 눈길

서양화가 윤석남, 억눌린 여성·생명 표현
정식 미술교육도 안받고 40세에 늦깎이 데뷔 '나는 소나무가 아닙니다' 주제 4년만에 외출


화려한 색감의 서양화가 주류로 인정 받는 화단에서 수묵을 통해 전통 회화를 현대적으로 변주하는 동양화가 박대성, 억압 받는 여성의 팍팍한 삶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모성과 강인함을 통해 비주류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여성주의 화가 윤석남 등 비주류의 한계를 극복한 한국 화단의 거장 2인이 뜻 깊은 전시를 갖는다.

◇필묵으로 동양 예술의 가치를 드러내다=겸재에서 소정과 청전으로 이어지는 실경산수의 계보를 잇고 있는 동양화가 박대성(68) 화백이 오는 24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7년 만에 대규모 전시회를 연다. 경북 청도 출신의 그는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에게 부모와 왼쪽 팔까지 잃는 고통을 겪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이 좋아 묵화를 익히고 고서를 탐독했던 그는 붓을 들기 시작한 10세 이후 먹의 정신을 고수하고 있다. 사람의 발이 닫지 않은 오지로 화문기행을 다니고, 경주에서 독거생활을 하며 작업에 매진했던 외골수 기질은 그에게 세상을 통찰하는 눈을 갖게 했다.

이번 개인전 주제인 동시에 그의 먹의 정신을 상징하는 '원융(圓融)'은 '막힘과 거리낌이 없이 두루 통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원융무애(圓融無碍)'에서 가져온 개념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정신과 물질의 조화를 이루려는 작가의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로 8m의 장대한 화폭에 눈 내리는 불국사 풍경을 그린 대작 '불국설경'이 단연 눈길을 끈다. 세필로 섬세하게 표현한 건축물과 화면을 가로지르는 소나무의 역동적인 구성을 담은 역작이다. 박 화백은 "수묵화에서 가장 중요한 필선(筆線)을 제대로 살리고 필력을 기르기 위해 평생 글쓰기에 힘을 쏟고 있다"며 "가장 전통적인 소재와 전통적인 기법을 통해 현대적 감각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평생을 수묵 작업에 매진해 온 그의 업적을 기려 내년 가을께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안에 그의 이름을 내건 시립미술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여성의 눈으로 여성의 예술을 말하다=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주의 화가인 서양화가 윤석남(74) 화백이 오는 24일까지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나는 소나무가 아닙니다'를 주제로 4년 만에 전시를 갖는다. 40세까지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화가로 데뷔한 윤 화백은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자신이 경험하고 자신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살아냈던 여성의 삶을 예리한 시각으로 펼쳐내며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그가 연 첫 번째 전시는 아버지(최초의 극영화 '월하의 맹서'를 만든 윤백남 감독) 별세 후 6남매를 책임진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이었다.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아이를 키우며 스스로 쪼그라드는 것 같던 그때, 늙어 꼬부라진 어머니를 앉혀 놓고 2년 내내 그린 작품들을 아줌마 관객들은 뜨거운 눈물로 맞이했다. 그는 어머니의 모성과 강인함, 현대 여성의 불안한 내면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억눌려 지내온 여성들에게 정당한 권리를 부여했다. 이번 전시에서 인간의 편의를 위해 모든 사물에 이름을 명명함으로써 그 의미가 일방적으로 규정되고, 분류되는 현실을 비판하는 작업들을 선보였다. 전시는 과거 선보였던 '방(房)'시리즈의 연작인 '그린룸'과 '화이트룸', 그리고 '너와' 작업 등 3가지로 구성됐다. 녹색 한지로 방 전체를 꾸민 '그린 룸'은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의 행동을 환기시키며, 자연 속 동식물의 영혼을 달래고 있다. '화이트 룸-어머니의 뜰'은 '어머니'에게 바치는 만가(輓歌)이자, 인간이란 존재가 죽음 이후 '빛'이 되리라는 긍정의 시선을 품은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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