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학섬유업체 A사는 알려졌던 것과 달리 지난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수혜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13%에 이르는 관세가 10년에 걸쳐 철폐되기 때문에 당장 가격인하효과가 미미하기 때문. A사의 한 관계자는 "섬유업계가 엄청난 수혜를 입고 있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았다"며 "매년 떨어지는 관세가 1%대에 불과한데다 미국, 유럽의 경기회복이 늦어 눈에 띄는 수출 증가는 없다"고 설명했다.
#2. 기능성섬유업체 B사의 C대표는 미국과 맺은 FTA의 수출증대효과가 얼마냐 되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제로(0)"라고 답했다. 미국, 유럽계 의류업체들의 공장이 주로 중국, 베트남, 미얀마 등 저임국 국가에 몰려 있어 FTA 혜택을 볼 수 있는 현지수출 물량이 전혀 없는 탓이다. C대표는 "나이키, 노스페이스 등 유명 패션업체들은 거의 해외 생산을 하고 있다"며 "섬유를 제3국에 수출하면 FTA와 전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의 대표적 수혜업종으로 꼽히던 섬유업계가 뚜껑을 열어보니 당초 기대했던 특수가 나타나지 않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섬유소재를 사가는 미국 의류업체들의 생산공장이 제3국에 있는 데다 관세가 5~10년에 걸쳐 조금씩 밖에 인하되지 않고 있어서다.
13일 섬유업계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후 섬유제품의 수출증가율이 관세혜택품목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관세청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3월 한-미 FTA 발효후 두달간 섬유품목의 전년동기 대비 수출증가율은 7.4%로 전체 관세혜택품목 수출증가율 19.4%의 38%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전체 대미 수출증가율 11.3%보다도 낮고, FTA 비혜택품목의 수출증가율 6.9%와도 별반 차이가 없는 결과다.
FTA효과의 실종은 섬유품목의 관세인하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섬유품목의 관세즉시철폐 비율은 미국이 50.3%, 한국이 74.5%로 미국의 관세양허안이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은 5년간 단계적 관세철폐 비중이 25.8%, 10년간 철폐가 23.9%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3년 철폐가 15.6%, 5년 철폐가 9.9%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 섬유부문의 양허구조는 우리 주력 품목과 반대로 돼 있다"며 "합성직물, 니트직물이 국내 업체들의 주력 품목인데 이것은 5~10년에 걸쳐 폐지가 되기 때문에 단기적인 이익이 생긴다고 보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기능성섬유 등 국내에 생산기반이 남아있는 중간재 업체들의 경우 글로벌 패션업체의 생산공장이 제3국에 자리잡고 있는 탓에 FTA혜택을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섬유ㆍ의류업계의 주력생산기지가 중국, 동남아 등 저임금 국가로 옮겨갔다는 사실도 문제다. 생산 체인(chain)에서 노동집약적 부분을 담당하는 업체는 사실상 국내에 공장이 남아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B사의 C대표는 "인건비를 떠나 인력수급이 쉽지 않아 개성공단을 제외한 국내 생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나마 개성공단 수출 같은 경우는 한-미FTA에서 국내 생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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