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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美 '공정무역' 촉진해야

<월스트리트저널 4월 2일자>

미국 속담 중에 ‘악을 악으로 대한다고 해서 선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미국 무역정책과 관련해서는 이런 속담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달 30일 중국산 광택제지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공정무역’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보호주의자들의 게임이 시작된 셈이다. 우리는 부시 행정부가 이미 보호주의로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지난 2002년 미국은 철강업체 보호 명목으로 고율의 철강수입 관세를 부과했으나 대내외적 반발로 인해 이듬해 관세를 폐지한 바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미 의회는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찰스 슈머 상원의원 등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는 이유로 27.5%의 보복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상원 재정위원회의 맥스 바커스 의장은 무역에서 의회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미 행정부는 중국산 광택 제지에 상계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오는 7월1일 종료되는 무역촉진권한(TPA) 갱신과 관련해 민주당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추정한 듯하다. 그러나 시장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미국의 이러한 보호주의 기류는 증시와 환율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산 수입품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미미하고 미국의 출판사들이 갑자기 중국산 광택제지를 싼값에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은 잠시 접어두자. 또 미국인들이 이 때문에 더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도 신경 쓰지 말자. 그러나 이번 상계관세 부과 결정은 보호주의를 원하는 다른 산업들에 바람직하지 못한 전례를 남겼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중국 경제가 성장했으므로 공정무역 정신을 위반할 경우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한다는 것은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국가 주도의 불완전한 시장경제 체제를 갖춘 국가다. 또 미 정부가 관세를 부여한 근거인 광택제지 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문제 삼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서 자유무역을 촉진해야 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 그러나 보호주의 게임을 계속하다가는 이런 의무를 지킬 수도 없고 세계적인 무역전쟁을 조장할 뿐이다. 공정무역을 위한다는 명목의 이런 행위에 ‘공정함’이란 대체 어디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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