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하오가 백76으로 빳빳하게 버티자 이세돌이 장고에 빠졌다. "창하오도 역시 녹록치가 않군요. 뭔가를 만들어냈습니다. 승부가 됐어요."(김만수) 흑이 참고도1의 흑1로 지키면 하변은 모두가 흑의 확정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백2, 4로 몰아치면 과연 중원의 흑이 살 수 있을까. "못 살 겁니다."(윤현석) 이세돌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장고 8분만에 흑77로 중원을 손질했다. 창하오의 백78은 노타임. "그 수를 보고 있었던 겁니다. 우하귀가 쑥대밭이 되겠군요."(강지성8단) 강지성이 타이젬 생중계 사이트에 참고도2의 흑1 이하 백12를 올렸다. 외길 수순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세돌의 실전보의 흑79로 막아버린 것이었다. "어! 그건 뭐죠? 요석이 떨어지는데…."(강지성) 창하오는 기다렸다는 듯이 백80으로 젖혀잇고 백84로 뚝 끊어 버렸다. 하변의 흑진이 뻥 뚫려 버렸다. "이건 아무리 봐도 흑의 실패작 같은데요."(윤현석) "하여간 이세돌의 착상은 언제나 우리를 경악시키는군요. 우리 같으면 이런 식으로 흑진이 뚫리는 것은 상상도 못할 텐데…."(김만수) 하긴 그렇다. 백에게 84를 허용하여 원래는 흑진이었던 하변이 뚫리긴 했지만 우하귀 방면은 모두 흑진으로 굳어졌다. 게다가 이세돌은 진작부터 무시무시한 독수를 보고 있었으니….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