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박정상은 수비에 치중하고 있다. 검토실의 검성룡은 이러한 박정상을 프로답지 못하다고 성토하고 있었지만 목진석의 말은 달랐다. “이렇게 수비하면서 슬슬 백을 위협하는 작전이야말로 사실은 가장 프로다운 길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수비가 최선의 공격이라는 격언도 있잖습니까. 여전히 흑이 유망한 바둑입니다.”(목진석) 김성룡은 박정상의 수순을 계속 지탄했다. 그는 흑3을 ‘만약 흑이 진다면 패착으로 지목될 멍청한 수순’이라고 말하면서 참고도1의 흑1 이하 7로 공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맞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공격했으면 백이 아주 거북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전의 흑3 이하 9를 멍청한 수순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여전히 흑이 좋으니까요.”(목진석) 백10은 일종의 승부수였다. 정상적으로 두자면 참고도2의 백1로 모양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흑이 2에 전개하면 백이 확실히 모자란다. 그러므로 흑이 전개할 지역을 역으로 먼저 점령하고 본 것이다. “하지만 윗쪽 백이 아직 미생마인 터에 이렇게까지 폭을 넓히는 것은 모험입니다. 아무리 참을성이 많은 박정상이라도 이젠 화를 낼 겁니다.”(목진석) 과연 박정상은 화를 냈다. 어떤 식으로 화를 냈는지는 다음 보에서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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