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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9월14일] 공유지의 비극


개릿 하딘(Garret Hardin). 경제학자로 가끔 잘못 소개되는 미국의 생태학자다. 동물학과 미생물학을 공부하고 캘리포니아대 인류생태학 교수를 지낸 환경보호론자. 인구과잉에 따른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스스로 죽는 날을 결정해야 한다며 결혼 62주년 직후인 2003년 9월14일 아내와 동반자살한 사람이다. 89세 나이였다. 경제학자로 혼동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63년 사이언스지에 기고한 논문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 때문이다. ‘임자 없는 목초지가 있다. 목동들은 많은 소를 풀려고 경쟁한다. 공유지는 곧 수용능력을 초과해 오염되고 황폐해진다’는 게 골자다. 개개인의 이익 추구가 전체의 몰락을 야기한다는 얘기다. 인구 통제와 자원 관리를 강화하자는 하딘의 당초 의도와 달리 ‘공유지의 비극’은 경제논쟁으로 번졌다. 반색한 자본가들은 ‘가장 많은 사람이 공유한 것이 가장 적은 배려를 받는다’고 한 아리스토텔레스까지 떠올리며 ‘개별 기업의 권리, 사유재산권의 철저한 보장이 없는 한 ‘공유지의 비극’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렌터카를 세차하는 사람은 없다’는 논리다. 공공성을 중시하는 측은 이에 ‘공유지의 무분별한 사용에 따른 황폐화는 곧 시장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국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논란의 영역은 거의 무한대다. 비용에 둔감한 환자들의 과잉진료로 인한 건강보험의 질 저하에서 재벌 규제, 해양 어업자원 고갈, 해마다 반복되는 보도블록 교체공사까지. 기후변화협약도 글로벌 차원의 공유지 논란에 해당된다. 논란은 끝이 없지만 확실한 게 하나 있다. 환경과 경제는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이다. 자원을 공유한 인류는 과연 비극을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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