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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원입법도 규제 필요하다


제19대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 건수가 8일 현재 5,270건을 넘었다. 지난 제18대 4년간 제출된 의원 발의 법률안 개수는 1만2,000여건이다. 19대 국회가 상당히 활발한 한 해를 보내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원 입법이 폭증하는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절차적으로 이른바 졸속, 절차 우회 현상이 뚜렷하고 내용적으로도 부실ㆍ중복ㆍ표절의 우려가 있으며 정책 대안으로서 품질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부실 법률 국가경제에 큰 타격 줘

의원 입법 의안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새로운 규제와 강화된 규제가 녹아들었다. 문제는 규제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정책 수단이라는 것이다. 첫째, 규제의 효과는 정책 입안자들의 순진한 기대나 희망과는 달리 일파만파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띤다. 동네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약했더니 그 부작용으로 도시 맞벌이 부부들의 여가시간이 마구 교란됐다. 보다 적극적이며 창의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했던 중소 영세 농수축산물 납품 사업주의 매출에도 심대한 타격이 있었고 대형마트 비정규직 종업원들의 직장 안정성도 훼손된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둘째, 매우 섬세히 설계되고 요령껏 집행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규제는 경제ㆍ사회ㆍ문화적 약자에게 타격을 가한다. 원래 강자들은 탄력성, 유연성, 회피 능력이 높다. 섣부른 규제로는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부담을 지우기 어렵다. 셋째, 많은 경우 규제를 통한 개입은 유ㆍ무형의 독점을 초래한다. 각종 자격사ㆍ인증ㆍ지정ㆍ검사 제도, 시설 및 설비 제도, 등록 제도 등등이 눈가림만 했을 뿐 사실상 국가가 허용 내지는 촉진한 독점이다. 이러한 숨은 독점은 국가 경제사회의 순환기제의 원활한 유통을 막는 혈전이 돼 활력 있게 창발하려는 민간의 역동성을 결정적으로 옥죄게 마련이다. 거대 서비스산업인 의료ㆍ관광ㆍ교육ㆍ안전 등의 분야가 현재 이러한 암묵적인 독점 영역에 있다. 그 결과 국민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국제 경쟁력도 갖추지 못해 국민에게 짐을 지웠다.

넷째, 최근 들어 많은 의원 입법은 정부를 견제하기는커녕 그 권한과 재량을 대폭 강화시켜주는 경향이 있다. 궁극적으로 사회의 민주적 활력과 다양성을 훼손시키고 관 주도의 사회로 전락시키는 결과가 우려된다. 일례로 의원 입법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통해 정부는 과징금에서 엄청난 행정상 재량을 확보했다. 그 서슬 퍼런 재량권의 칼날 아래서 어떤 간 큰 업체가 관련 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해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겠는가.



입법과정 적절한 조정장치 있어야

이러한 의원 입법 규제에 대해 이른바 '규제 영향 분석'을 도입해 국가 개입의 정당성과 정책 제안의 타당성 및 집행상의 용이성 등을 사전에 확인해보자는 주장이 나름 설득력을 얻는 것 같다.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제약이라는 법제도적 형식주의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제안이 과도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회가 올바른 정책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정보와 관찰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의원들의 순수하기만 한 입법을 나름대로 제어하기 위해 법안 비용 추계라는 제도가 기왕에 국회법에 명기된 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즉 재정 소요를 일으키는 의안에 대한 법안 비용 추계가 있다면 국민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희생과 부담을 부과하는 규제의 효과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재선 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개별 의원 각각의 정치적 입장에서도 규제 영향 분석이 꼭 필요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규제의 영향이 매우 복합적이고 그 파급이 매우 불확실해서 신중하게 발의되지 않은 규제가 의원 각각의 지역구민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그 정치적 여파가 궁극적으로는 발의한 의원에게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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