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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Law테크] (12)

기업 인수때 억울한 세금 피하려면<br>피인수기업 자금 횡령여부등 확인을

재작년 어느 겨울 날, 그 해 내렸던 눈만큼이나 창백한 얼굴의 재경업무 담당 임원과 세무 문제로 상담을 했다. 그가 다니던 회사는 반도체 부품을 주력 품목으로 하는 회사였다.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일본계 다국적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할 정도로 잘 나가던 코스닥 상장 기업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의 경영권이 넘어가더니, 그 뒤로 회사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는 것이다. 경위를 들어 보니, M&A라는 허울 좋은 탈을 쓰고 회사를 인수한 자들은 사채업자로부터 융통한 주식 매매대금을 변제하기 위하여 회사 예금에 손을 대기 시작하더니, 회사 명의의 융통어음을 마구 발행하여 현금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 금고를 깡그리 털어 내고 해외로 도주했다. 회사가 입은 피해액은 3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것이었고, 결국 회사는 부도가 나고,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 회사는 워낙 기술력이 좋은 회사이어서, 회사의 모든 임직원들이 회사를 살려 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빠른 시일 내에 회사정리절차가 종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최후의 손님 격으로 찾아 온 국세청에서 회사에게 횡령된 금액에 대한 세금을 내라는 고지서를 내밀었다는 것이다. 도둑맞은 것도 억울한데, 거기다 세금까지 내라니 이게 도대체 어찌된 영문이냐는 하소연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여 이른바 ‘기업사냥꾼’에 털린 것이다. 이들은 M&A라는 양 가죽을 쓴 금고털이범일 뿐이다. 물론, 기업사냥꾼 일당을 횡령, 배임 등으로 처벌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기업사냥꾼들은 해외로 도피하거나 잠적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설사 붙잡아 감옥살이를 시킨다고 하더라도 이미 망해 버린 회사를 되살리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회사가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등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빨리 재산을 빼돌려 두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손해를 회복하기는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더하여, 기업사냥꾼들은 세무 문제까지도 남기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은 현행 세법 규정을 글자 그대로 읽으면 회사의 대표이사, 임원, 사용인 등 임직원이 회사의 자금을 빼돌린 경우에는 그 금액이 해당 임직원의 근로소득이 되고, 회사는 이에 대하여 일정 소득세액을 원천징수하여야 하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국가는 임직원 개인 또는 회사로부터 세금을 걷을 수 있다. 그러나 임직원 개인이 도망가 버렸거나 재산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회사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사냥꾼의 사례에도 이러한 형식논리에 따라 과세가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기업사냥꾼도 임직원의 지위에서 ‘사냥’을 하기 때문이다. 돈은 돈대로 빼앗기고, 거기다 빼앗긴 돈에 대해서 세금도 내라니, 회사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최근 대법원은, 기업사냥꾼이 회사의 자산을 횡령한 사안의 경우에는 그 횡령금 상당액의 자산이 기업사냥꾼의 근로소득이 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회사에게도 원천징수의무를 지울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기업사냥꾼의 의사를 회사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회사와 기업사냥꾼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회사측에 세금 납부 책임까지 물어온 과세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타개책의 일환으로 향후 M&A 거래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기업을 인수하는 측은,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에 위와 같은 문제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기업사냥꾼의 마지막 유산인 ‘세금 폭탄’을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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