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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의결권 개정' 법리 충돌 없어야

국민연금이 지난 21일 의결권 행사원칙에 관한 몇 가지 중대한 변경안을 발표해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상장사만 하더라도 170여개 기업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주요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최대주주이거나 2대 주주이다.

이번 변경내용에는 적용기준이 애매하거나 관련법령과의 충돌 소지가 있는 것들이 담겨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먼저 대주주의 횡령ㆍ배임행위 등이 발생한 기업의 이사ㆍ감사 선임 반대 문제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대주주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돼야 이사 선임에 반대했으나 앞으로는 기준시점을 1심 확정판결로 앞당기기로 했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3~4년을 기다리다 보면 사실상 선임 반대의 의미와 효과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취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이의를 달기 어렵지만 당장 법리적 충돌이 빚어지는 것이 문제다.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형법의 무죄추정 원칙과 배치된다.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확보를 위한 주주권 행사와 형사사건의 무죄추정 원칙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적 논란의 소지가 큰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법적으로 무죄인 사람에게 권리의 불이익을 가할 때 어떤 반발과 혼란이 파생될지 철저한 사전검토가 있어야 한다.

주주가치 훼손의 객관적 증거가 있으면 1심 판결이 아니라 검찰 기소단계부터 반대할 수 있다는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더 크다. 국민연금은 대주주의 비자금 차명계좌 발견 등을 객관적 증거의 예로 들고 있으나 '무엇이 주주가치 훼손의 객관적 증거냐'를 둘러싸고 논리다툼의 여지가 많다.



배당 등을 결정하는 재무제표 승인주체를 주총에서 이사회로 변경하기로 한 기준 역시 애매하다. 적정한 배당정책을 가진 기업들이 대상이라고 하지만 '적정한'의 객관적 기준이 불분명하다. 국민연금 측 설명대로 배당성향ㆍ재무상황ㆍ산업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하더라도 자의적 판단이라는 비판을 나올 수 있다.

국민연금은 이번 발표에 뒤따른 논란과 지적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후속기준을 내놓아야 한다. 역할과 책임이 커질수록 광범위한 컨센서스를 얻어 일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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