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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갈길 먼 택배산업

전자상거래는 변하지 않을 듯 여겼던 유통구조를 바꿔놓았다. 생산ㆍ도매ㆍ소매ㆍ소비의 채널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직접 이어지게 됐다. 그 생산과 소비의 연결고리 역할은 택배가 맡게 됐다. 이제 택배를 빼고는 유통을 논할 수 없다. 지난해 택배 처리물량은 7억2,000만개(box)로 추정되며 금액은 2조원이 넘는다. 국민 1인당 이용수는 15개나 된다. 전자망을 통한 주문을 이틀(만 하루)만에 배달해줄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곳으로 배달하는 신속한 흐름은 소비자를 편하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물류(物流)는 상품이 잘 흘러야 하는데 택배는 멈춤 없이 흘러 다음날이면 재고가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니 이를 ‘물류의 꽃’이라 부름에 손색없다. 그러나 이러한 택배의 현상을 보고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택배산업은 아주 불안한 요소를 가진 산업이기 때문이다. 제도적인 틀이 없이 양적 팽창만 이뤄지고 있고 진입 장벽이 없어 대기업들이 신규 진입을 위해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아이러니 한 것은 택배(宅配)란 용어는 법률적인 용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택배사업은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택배사업이 태동하던 지난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자동차운수사업법에 의한 소화물일관운송업법이 있어 이를 근거로 소화물(택배)을 취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법은 1997년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폐기되면서 소화물이란 단어가 법령에서 삭제된 후에는 그 개념이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이다. 소화물도 아니요 택배도 아니며 그냥 ‘혼자화물’이라는 것이다. 택배산업의 현존하는 또 다른 문제점은 점점 커가는 시장에서 서비스를 위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서비스용 차량 증차의 제한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화물량에 비해 화물자동차가 많기 때문에 그 어떤 자동차도 증차를 불허한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택배는 결코 자동차 총량에 포함되지 않을 업종임이 분명하다. 대형 자동차의 고래 싸움에 소비자를 이어주는 택배업이라는 새우등이 터진 꼴이 됐지만 택배업이 결코 얕볼 수 없는 새우임을 인지해야할 필요가 있다. 현실은 택배의 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와 소비자나 기업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택배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제도가 미흡한 상태에서 시장이 확대되다보면 불법과 탈법이 만연하게 된다.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영업용인 아닌 자가용으로도 서비스가 가능하게 하는 대책도 고려해야한다. 택배취급량은 연간 30%씩 증가하는데 서비스 주종인 1톤 트럭을 제한하면 시장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모자라는 차량으로 근시안적이고 탁상적인 대책만 내놓고 있으니 이 같은 제도의 모순은 머지않아 유통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올지도 모른다. 물론 기업들에도 책임은 있다.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양 너나없이 택배산업에 뛰어들어 공급과잉을 만들고 있다. 장치산업군인 택배산업에서 중소기업들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중견택배기업들은 문을 닫거나 자금력 좋은 기업군에 인수당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기존의 거래처를 영업의 대상으로 삼는 획일적 경영으로 단가는 내려가고 서비스는 부재인 서비스산업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 또한 제도적인 장치가 없어 소비자만 골탕 먹고 있다. 택배산업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하루 300만개에 이르는 상품의 흐름에 문제가 생긴다면 산업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으로 우선 택배를 운송업으로 볼 것인가, 서비스업으로 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기업들은 모두 택배를 단순 운송사업이 아니라 서비스사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단순 운송업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전개해온 게 사실이다. 만약 서비스업이라고 한다면 지금과 같은 대리점 형태인 프랜차이즈 택배는 운영되지 말아야 했다. 어느 정해진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출발지와 도착지까지 서비스가 필요한 이원화 서비스업에 프랜차이즈란 맞지 않은 운영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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