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는 수순은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한다. 난전의 명수 이세돌의 진가가 여실히 나타난다. 흑1로 빳빳하게 연결한 것은 필연이고 그 다음 백이 2로 눌렀을 때 흑은 기로에 섰다. 안전하게 두자면 왼쪽 흑대마를 한 수 돌보아야 하는데 그것으로는 이기기가 어려울 듯하다. 망설이던 강동윤은 흑3 이하 7로 버티었다. 백의 포위망에도 약점이 있으므로 왼쪽 흑대마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동윤은 굳게 믿고 있었다. 그 판단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흑7이 놓인 시점에서 백이 왼쪽 흑대마를 왈칵 덮친다면 어떻게 될까. 먼저 백이 참고도1의 백1로 차단하면 흑은 2 이하 12의 수단으로 깨끗하게 산다. 살고 나서 흑A, 백B, 흑C의 반격까지 노릴 수 있다. 다음으로 백이 참고도2의 백1로 우지끈 뚝딱 끊자고 하면 흑은 2 이하 10의 수순으로 도리어 백을 잡게 된다. 그러므로 흑대마는 안전하다. 그런데 강동윤이 미처 계산에 넣지 못한 묘수가 있었다. 실전보의 백8로 먼저 치중하는 이 멋진 수. 흑9의 응수를 확인한 이세돌은 가차없이 백10, 12로 갈랐다. “부러진 것 같은데요.”(김만수) “잡힌 거여? 강동윤의 대마가?”(필자) “잡히든지 아니면 혹시 살아도 흑이 많이 지게 될 겁니다.”(윤현석) 강동윤은 포기하지 않았다. 흑13으로 급소를 찌르면서 반격의 불씨를 살렸다. “멋진 맥점이지만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윤현석) 흑대마가 살기는 사는 것일까. /노승일ㆍ바둑평론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