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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비인간적" "재벌이 경제망쳐"

우리경제 현주소에 99년 자료 버젓이<br>미래의 학교 모습 삽화엔 구식 컴퓨터<br>독단·오류 심각…"차라리 안 배우는게"


재정경제부가 14일 발표한 초중고 경제교과서 오류현황을 보면 국내 경제교육의 첫 단추가 제대로 꿰어져 있지 못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수치나 개념의 오류를 넘어 주관적인 훈계와 일방적인 설득, 또 편향되고 비뚤어진 시각에서 비롯된 독단적인 서술이 수두룩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오류들이 수정되지 않으면 차라리 배우지 않는 게 나을 것”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잘못된 설명에 해묵은 통계 수두룩=경제의 기본원리를 잘못 서술한 부분이 200여곳에 달하고 있다. 한 고교 교과서에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이 떨어지는 점을 거꾸로 기술해 “노동공급이 수요보다 크면 임금이 상승한다”라고 표현했다. K사의 고교 교과서의 경우 1달러=1,200원의 예를 놓고 ‘원화의 대달러 환율’로 잘못 표기해놓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는 “우리나라의 경공업 제품 수출은 점점 줄어들고 중화학공업 제품의 수출은 크게 늘어났다”는 설명이 표기됐다. 경공업 수출규모는 더 늘어났으며 줄어든 것은 경공업 제품의 수출 비중임을 간과한 예다. 국내경제의 현 주소를 소개한다면서 지난 99년 자료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사진이나 삽화에도 해묵은 자료가 넘쳤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교과서에는 미래의 학교모습 삽화에 구식 모니터형 컴퓨터가 제시됐다. ◇기업은 무조건 개혁대상(?)=중고교 교과서에는 시장경제와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술이 많아 학생시절부터 반기업 정서를 형성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기업에 대한 극단적인 시각이 넘쳤다. D사의 고교 공통 교과서는 “재벌은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늘리고 은행의 돈을 빌려 필요 없는 투자를 많이 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재벌을 개혁하고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며 흑백논리식 서술을 담았다. B사의 교과서에는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망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표현이 실리기도 했다. K사의 경우 “60년대와 70년대의 경제성장은 바로 이들 저임금 노동자의 희생 위에서 이룩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기업에 의한 광범위한 노동착취를 일반화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서술도 많았다. D사의 경우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에서 탈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중략) … 인식이 지배적이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외식하면 무조건 이기주의=일방적인 훈계나 주관적인 판단을 담은 부분도 산재했다. 한 고등학교의 선택 교과서에는 “요즈음 음식점에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외식을 즐기는 모습이 흔히 눈에 띄는데… (중략) … 자기 가족밖에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가 엿보인다”고 서술했다. 지나치게 단순화된 서술도 자주 발견됐다. D사의 경우 “우리는 이미 식량에서 자주성을 상실해가고 있다. 우리의 먹을 거리를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은 우리의 주권확보 차원에서 매우 위험한 일이다”며 무역정책에 대한 일방적인 시각을 강요했다. 이처럼 경제교과서에서 경제원리 자체보다 개인적인 이기심 자제 등과 같은 윤리적 내용을 강조하거나 주관적인 훈계를 한 경우는 26건이나 발견됐다. 교과서에 담기기에는 부적절한 서술도 많았다. 한 고등학교 선택 교과서에서는 “조선시대의 백정들은 개ㆍ돼지만도 못한 존재”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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