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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스페인까지 번지나 불안

■ 그리스 뱅크런 현실화<br>내달 중순 재선거까지 인출 가속화 불가피<br>유로존 탈퇴 이어질 땐 도미노 가능성 배제못해


그리스가 총선 이후의 정국불안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에 직면하면서 극심한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든 가운데 국제사회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본격적인 대비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뱅크런 사태가 그리스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다른 재정불안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리스에서는 지난 2009년 재정위기 발생 이후 꾸준히 국내예금 인출과 해외송금이 진행돼왔다. 하지만 총선 이후 유로존 이탈 가능성에 부쩍 무게가 실리면서 그리스인들은 '시장 패닉'을 향한 본격적인 뱅크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리스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월평균 20억~30억유로 규모의 예금인출이 이뤄졌으며 1월에는 한달 사이 50억유로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2009년 이후 줄어들기 시작한 그리스인의 국내은행 예금수신 총액은 3월 현재 1,654억유로 수준으로 최고점 대비 30%나 줄어들었다.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은 14일 정당 지도자들에게 6일 총선 이후 예금인출이 한층 가시화하면서 "그리스 은행들이 매우 취약해진 상황"이라며 연정구성을 통한 정국안정을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그리스 정치권이 끝내 정부구성에 실패하고 정국이 2차 총선이라는 혼돈으로 치닫게 됨에 따라 그리스의 뱅크런은 앞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재선거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6월17일 무렵까지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은행예금이 걷잡을 수없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유로존 재정위기 악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됐던 지난해 4ㆍ4분기에는 예금이 전분기 대비 6%나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그리스의 뱅크런 사태가 다른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의 연쇄 뱅크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다른 국가에서 위기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수순이 진전을 보일 경우 위기는 순식간에 번져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막대한 대가와 위험을 수반하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리스의 '질서 있는'유로존 이탈은 기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옵션 가운데 하나"라고 그렉시트 가능성을 언급해 시장의 우려를 고조시켰다.

모건스탠리의 후 반 스티니스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남유럽 국가들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면서 "잠재적인 자금인출을 막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구사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경제규모가 큰 국가들의 뱅크런 가능성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총은행예금 규모는 각각 1조4,000억유로와 1조6,000억유로로 그리스의 10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스페인 재정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이탈리아 은행들에 대한 시장 신뢰가 급강하하는 상황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제2, 제3의 그리스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며 '도미노' 뱅크런과 금융시장 패닉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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