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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문화정치의 선진화를 위한 첫 걸음


대통령중심제인 우리나라의 정치에서 문화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정치감각은 막중하다. 한 지도자가 만능일 수 없기 때문에 그는 대리인에게 문화정치를 위임한다. 그러니까 그가 어떤 인물을 어떤 자리에 앉히는가, 거기에 문화정치의 성패가 달려 있다.

불행히도 우리는 문화인사에 관한 한 참으로 후진적인 관행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인물의 능력과 전문성보다는 선거 때 자기를 도와준 사람 가운데 딱히 어느 자리를 줄만한 특기가 없는 사람들에게 문화 관련부서의 책임을 맡기고는 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계열의 인사가 문화기관 수장을 싹쓸이하더니 현 정부에 들어서서는 보수권 인사들로 물갈이가 자행됐다. 지난해 서울시장이 진보 쪽으로 바뀌자 서울시의 문화 인사도 벌써 비슷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전문성과 능력을 감안하지 않는 인사는 국가에 대한 직무유기이고 문화에 대한 모욕이다. 국격의 기준이 그 나라의 문화수준에 있음을 잘들 알 텐데 왜들 그러는지, 이 글로벌 시대에 자기 어깨 너머를 보지 못하는 용렬한 리더십에 한숨이 절로 난다.

이러한 속 좁은 인사가 문화를 발전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문화는 교육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백년대계인데 문화에 관심도, 애정도, 실력도 없는 인사들이 그 일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은 인사 관행은 단지 문화계에 한정된 사항이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 전반에 걸쳐 인사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자기 부하들만 챙기는 골목대장같은 지도자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친소관계를 떠나서 인물의 능력과 전문성, 리더십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인사를 하는 정치. 이 상식적인 꿈이 한국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것일까. 국민들이 그런 꿈을 포기하지 않고 눈을 부릅뜬 채 투표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2년은 한국 미래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선거의 해다. 후보들에게 지도자로서 공정하게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 즉 실력 위주의 인사를 하겠다고 서약하게 하고 선거 캠프의 인사들에게는 사후 보상을 포기한다는 서약을 받은 후 선거 일정에 들어가게 할 수는 없는가. 우리에게 익숙한 인사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한국의 전망은 어둡다. 문화가 발달해서 국격이 높아지고 국민들의 행복추구권이 보장받는 사회를 건설하려면 정치인들이나 시민 모두가 공정과 실력에 기반하는 메리토크라시를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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