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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호사 강제주의' 급하지 않다
입력1999-10-14 00:00:00
수정
1999.10.14 00:00:00
변호사강제주의란 소송당사자가 자기의 소송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의 대리를 받아야 하는 것을 말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리강제다. 변호사강제주의는 그 자체 정당한 논리를 갖고 있으며 그래서 일부 선진국가에서 이를 채택하고 있다.이에대해 법조인과 변호사 자격을 가진 일부 교수들은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 및 다수의 교수들은 현시점에서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변호사강제주의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변호사 대리강제로 변호사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만큼 충분한 변호사의 수가 확보돼야 한다. 둘째 변호사의 보수가 최소한 독일처럼 합리적인 수준으로 법률로 정해져 있어야 하며, 동시에 변호사 보수가 소송비용에 포함돼야 한다. 셋째 국가가 자력이 부족한 당사자의 소송비용부담을 덜어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법률구조제도를 완비해야 한다.
대법원도 우리나라의 현실이 위의 세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 있지 못하다고 자인하고 있는 것같다. 변호사가 대폭증원될 것으로 예상되는 2003년3월부터 변호사강제주의를 도입하겠다는 것, 고등법원 및 대법원의 사건에서 적극적 당사자(원고, 상고인)에 한해 도입하겠다는 것 등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개정하려는 새로운 소송절차에는 변론 준비절차를 통한 집중심리가 원칙적인 심리절차로 되기 때문에 당사자가 적시에 공격방어 방법을 제출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실권되는 등 소송절차에 대해 당사자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해야 하므로 변호사강제주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대법원이나 변호사 측에서 보면 변호사강제주의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 측에서 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있다. 소송사건이 날로 증가하고 있고 소송사건에 법관의 수가 너무 부족해 법관의 업무량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는 것은 사법연감을 보면 곧 알 수 있다. 법관의 업무과중을 해소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 집중심리제도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대리하는 변호사강제주의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집중심리와 변호사강제주의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집중심리가 원칙적인 심리절차가 되면 반드시 변호사강제주의가 채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일본 민사소송법이 집중심리를 원칙으로 하지만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가령 집중심리와 변호사강제주의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하자. 왜 법관 업무과다 해소를 이같은 방법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가. 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가.
소송사건이 증가하면 법관을 늘려야 하고 인적시설을 늘려야 한다. 국가의 재정이 늘어나겠지만 소송사건이 증가하는 한 국가가 감당해야 한다. 법원의 인적 물적시설을 충실히 하지 않고 아무리 소송절차를 개정해도 법관의 업무량 과중은 해소하기 어렵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소송절차를 개정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무리가 따른다. 그동안 법개정으로 소송구조제도를 개선했지만 그 활용이 지극히 미미하다는 것은 대법원이 알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법관의 업무과중을 해소하기 위해 변호사강제주의를 도입한다면 소송비용이 늘게되고 당사자들이 변호사비용을 포함한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저울질하게 되며 가난한 자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RISK-AVERSE TREND)을 갖게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어 결국에는 재판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당사자들의 재판포기로 인해 법관의 업무과중이 해소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변호사만이 법률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변호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소송수행에 있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본다. 마치 자동차 운전기사보다 운전기술이 뛰어난 사람도 직접 운전을 하는 대신 기사를 고용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운전기사의 보수가 적정하고 서비스가 뛰어난 경우에 한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왜 운전기사를 고용하려 하겠는가. 운전기사의 보수가 턱없이 비싸고 서비스가 엉망인데도 운전기사를 반드시 고용해야 하는가.
국민들은 일반적으로 변호사를 곱게 보고 있지 않다. 국민들이 변호사를 곱게 봐왔다면 변호사대리강제에 대해 지금처럼 격렬하게 반대할리 없다. 변호사강제주의도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지금 벌이지고 있는 변호사강제주의 도입여부에 대한 논쟁을 보면 법조인의 밀어부치기 작전이 혹시 국민들에게 법조인 이기주의로 비칠까 걱정이다.
지금은 법조인이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할 때지 변호사강제주의 도입을 외칠 때가 아니다.
건국대 법대학장 김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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