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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국가파산 국제법 만들자




정부는 때때로 자국의 채무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나라의 경제적·정치적 안정성은 위협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가 부도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국제법이 없어 전 세계는 국가 채무 재조정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그 결과 국채시장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채무 재조정 시장에 맡기면 비효율

아르헨티나에서는 채권자들이 거의 대부분 채무 재조정을 해주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정부가 소위 벌처펀드라고 불리는 소수 투자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채무 재조정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그리스에서는 재정긴축으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이 25%나 감소하고 국민들이 어려움에 빠졌음에도 (유럽중앙은행 등이 제공한) 구제금융 지원액 대부분이 (경제 활성화보다는) 기존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 상환용으로 배정됐다.

따라서 국가 부채를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긴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기존 체제는 시장의 미덕을 맹신하고 있다. 분쟁은 공정한 법규범에 근거해 해소되기보다는 부유하고 힘 있는 자들과의 불평등한 협상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 그 결과로 불공평과 비효율이 초래되고 있다. 지난 2012년의 그리스 부채 재조정이 대표적 사례다. 그리스는 금융시장의 규칙을 따라가며 가까스로 채무 재조정을 속결했다. 그러나 해당 채무 재조정 합의 내용은 바람직하지 않았고 그리스 경제 회복에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 결과 3년 후 그리스는 다시 한 번 절망적인 신규 채무 재조정을 필요로 하게 됐다.



곤란에 처한 채무자에게는 새출발이 필요하다. 채무자를 과도하게 옥죄면 채무자는 회생하지 못하고 빚을 갚지 못하게 돼면 채권자에게도 손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현재는 채무 재조정에 관한 (국제적) 법규범이 없어 채무자를 새출발시키는 작업이 지연되고 있고 (금융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 문제점 때문에 내국채만 해도 정부가 시장에 채무 재조정을 맡기지 않고 있다. 사적 계약을 통한 해결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모든 국가들이 결론을 내린 것이다. 대신 각국 정부는 파산법을 만들어 채권·채무자가 분쟁을 조정하는 기준으로 삼게 함으로써 효율과 공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파산에 관한 국제법을 완벽하게 법제화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여러 이슈들에 대해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의) 채무 재조정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관련 소송을 유예하도록 하는 구절을 새로운 국제 법규에 포함시킨다면 벌처펀드들이 분탕질을 일으킬 소지를 막을 수 있다. 또한 국제법에 체납금대출 제도를 포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채무국이 기본권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합의안을 국제법에 담을 수도 있다.

유엔 아래 중재 감독위 마련해볼만

이런 특징을 포괄하는 연성법(soft law) 체계를 만들어 국가부채 재조정에 관한 중재역할을 하는 감독위원회를 통해 집행한다면 오늘날 (시장 논리에 따른 국채시장의) 비효율, 불평등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법 마련이 합의된다 하더라도 그 집행기구는 금융 시장의 어느 일방에 유착된 조직이어서는 안 된다. 즉 국가채무 재조정법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기반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해상충의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국가채무 재조정법은 유엔이나 새로운 국제기구를 통해 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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