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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뱅크를 향하여] <1> 위기는 기회

은행들 해외서 새 성장엔진 찾는다<br>해외점포비중 겨우 1.7%…시장개척 여지 많아<br>소매금융중심 진출·증권등 계열사 적극 활용을<br>투자은행 부문 강화등 수익구조도 선진화해야



은행이 글로벌 금융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금융산업은 대형화ㆍ겸업화ㆍ글로벌화하고 있다. 이는 대세다. 국내 은행들은 IMF 경제위기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인 후 대형화와 겸업화에 주력해왔다. 이제는 상당수 은행들이 증권사나 보험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고 은행의 자산도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내 시장에만 안주할 경우 더 이상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성장이 벽에 부딪치면 수익성도 개선되기 어렵다. 은행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로 거듭나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은행이 글로벌 뱅크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과제와 현황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최근 들어 은행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총 자산 증가율은 지난 2000년 13.3%를 정점으로 기록한 후 2003년부터 한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수익성을 좌우하는 예대마진도 98년 4.20%포인트에 달했지만 ▦2005년 3.39%포인트 ▦2006년 3.04%포인트 ▦2007년(3월 말) 2.93%포인트 등으로 계속 내리막길이다. 은행으로서는 ‘위기’인 셈이다. 하지만‘위기’는 곧 ‘기회’다. 기회는 바로 해외시장에 숨어 있다. 국내 은행들이 서둘러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시장은 은행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평가된다. ◇해외시장은 새로운 성장 엔진=현재 국내 주요 은행의 해외영업 수익 비중은 3%를 조금 웃돈다. 선진국 은행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국내 은행의 경우 전체 점포에서 해외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씨티그룹(78.2%), HSBC(79.7%) 등 글로벌 은행과 비교하면 부끄러울 정도다. 하지만 이는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의미도 갖는다. 그래서 국내 은행들은 최근 들어 경쟁적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중국ㆍ동남아시아ㆍ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신흥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현지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우식 국민은행 해외사업본부장은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아니라 현지 기업과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전략을 취해야 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박동창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국내 은행들이 기업금융 등 선진국에 비해 열세에 있는 부문보다는 우리가 강점을 지닌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게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증권 등 금융 계열사도 적극 활용해야=은행ㆍ증권ㆍ보험 등의 겸업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국내 은행들은 적어도 겸업화에서는 ‘비교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우위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국내 은행 가운데 상당수는 지주회사를 축으로 은행과 증권ㆍ보험ㆍ카드 등 자회사를 거느린 구조에 속해 있다. 따라서 해외로 진출할 때 증권ㆍ보험ㆍ카드 등과의 ‘시너지 영업’을 극대화하면 경쟁력을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카드ㆍ증권 등 다른 계열사들은 상당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LG카드와 신한카드의 합병을 계기로 카드 부문을 은행에 이어 제2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최범수 신한지주 부사장은 “통합 카드 회사가 출범하면 신한금융그룹에서 비(非)은행 부문의 비중이 19%를 차지하게 되며 이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 구조도 선진화해야=해외에 진출하는 것 못지않게 수익구조를 글로벌 은행 수준으로 선진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글로벌 은행들의 경우 비(非)이자수익 비중이 높다. 미국 상업은행의 경우 비(非)이자수익의 비중이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30%를 밑돌았지만 90년대 초반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며 2006년에는 43.3%까지 높아졌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과 비(非)은행 부문의 균형적 발전이 글로벌 은행들의 강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국내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홍대희 우리은행 부행장은 “IB 부문 연계 영업을 시작하면서 수익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은행과 증권의 결합을 통해 기업금융(RM)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최대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 해외진출 성공비결은 "현지화와 경영노하우"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일부 은행들은 서서히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같은 성공은 바로 '현지화'와 '전문적인 경영 노하우'가 한데 어우러진 결과로 평가된다. 신한은행이 베트남에 설립한 '신한비나은행'과 국민은행이 인수한 인도네시아은행 'BII(인도네시아국제은행)'가 대표적인 사례다. ◇신한비나은행, 현지화로 고속성장=신한비나은행은 신한은행과 베트남대외무역은행이 50대50으로 합작해 지난 93년 설립한 소매금융 전문 은행이다. 신한비나은행은 최근 성공적인 현지화를 바탕으로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자산이 1억9,242만달러였지만 올 6월 말에는 2억8,878만달러로 6개월 만에 무려 50%가 증가하는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철저한 현지화가 이 같은 성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신한은행은 진출 초기에는 한국기업을 지원하는 영업전략으로 영업기반을 확보한 후 95년 호찌민지점 개설을 계기로 현지 영업을 시작했다. 합작 파트너인 베트남대외무역은행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해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현지에서의 자금조달을 통해 신용카드 등으로 영업을 확대했다. 특히 베트남 경제의 고속성장에 맞춰 현지 담보활용과 아파트 모기지론, 자동차 할부금융 등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척했다. 노성호 신한비나은행 사장은 "현지 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외국계 금융회사에 대한 차별을 피해갈 수 있었다"면서 "오는 9월에는 새로운 점포를 신설, 점포 수가 모두 4개로 늘어나고 내년에도 점포를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II는 인도네시아의 국민은행=BII는 국내은행이 해외 은행을 인수한 후 우리식의 금융기법을 도입해 성공을 거둔 사례로 평가된다. 국민은행은 2003년 설악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자산 기준으로 6위를 달리는 BII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국민은행은 정보기술(IT)ㆍ카드ㆍ기업금융 등에 걸쳐 전문인력을 파견, '국민은행식 경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담보평가방법 표준화를 통해 주택금융을 활성화하는 한편, 회원모집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신용카드사업의 경쟁력을 높였다. 기업금융 분야에서는 현금관리서비스(CMS)를 도입했고 인사 및 경영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경영환경을 업그레이드했다. 국민은행의 경영 노하우가 뿌리를 내리자 BII의 대출 가운데 대기업의 비중이 45%에서 31%로 낮아진 반면 소매금융의 비중은 55%에서 63%로 올라가 '국민은행식 모델'로 탈바꿈했다. 국민은행은 2007년 3월 말 현재 546억원의 자본이득을 얻었다. 이에 따라 총 투자금액에 비해 65.4%의 평가이익을 달성했다. 국민은행에서 파견된 장기성 BII 이사는 "국민은행의 노하우를 활용해 3년 만에 IT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영업이 본궤도에 올랐고 이제는 BII가 우량은행으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조영훈차장(팀장)·이병관·우승호기자 dubb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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