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5번의 금리인상과 9번의 지급준비율 상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물가는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 중국발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11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6.9%로 11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금리인상, 지급준비율 상향 등 긴축정책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게다가 무역흑자 폭 확대가 겹치면서 위안화의 절상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물가앙등은 무역흑자 확대와 이에 따른 고도성장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풀리고 중국인들의 삶이 풍요로워졌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습성으로 11월 돼지고기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무려 56% 올랐고 식료품 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18.2% 올랐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연구센터 거시경제부의 자오샤오(趙曉) 부장은 “최근 수개월 물가상승률이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이젠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면서 “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는 물가불안에 통화팽창이 겹쳐 주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11월 총통화(M2)는 전년동기 대비 18.5% 증가한 40조위안을 기록, 10개월 연속 인민은행의 목표인 16%를 넘어섰다. 시장 관계자들은 인민은행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곧 단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인민은행은 물가상승의 가속화에 대한 긴축대책을 곧 내놓을 것”이라며 “연말 이전에 한 차례의 금리인상을 포함해 은행대출의 엄격한 통제와 시중 유동성 환수 등의 조치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칭화대학 중국ㆍ세계경제연구소의 리타오쿠이(李稻葵) 주임은 “현재의 통화팽창 양상은 과거의 경우와 달리 비전형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통화팽창과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정책 중 예금금리의 인상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금리인상을 포함한 전방위 긴축정책을 예고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후진타오 국가주석 주재로 경제공작회의를 열어 내년 통화정책의 방향을 ‘중립’에서 ‘긴축’으로 변경한 데 이어 올해 10번째로 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정했고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전국물가국장회의에서 ▦총체적 물가수준 통제 ▦농산품 가격 안정 ▦의료서비스 가격 안정 ▦시장질서 확립 ▦자원성 제품 및 환경보호 비용체계의 정비 등의 5대 물가대책을 내놓았다. 중국의 물가불안은 위안화 절상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11월 소비자물가 상승의 여파로 위안화의 절상속도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민은행이 고시한 위안화 기준환율은 달러당 7.3797위안으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자오샤오 부장도 “중국 정부가 중국 경제의 과열 방지와 통화팽창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과 아울러 위안화 환율 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의 무역흑자 확대와 맞물려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날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11월 무역 규모는 수출 2,089억달러(23.9% 증가)에 수입 1,176억달러(22.8%)로 263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도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계속 흘리고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정보센터는 최근 “미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변동폭을 현재 0.5%에서 1%로 확대해 위안화 절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통화 공급 폭증의 주요 원인인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화폐정책을 사용할 것”이라며 위안화 환율의 평가절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이 이처럼 고물가 행진을 지속하면서 전세계적인 ‘중국발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동안 저가 공산품을 전세계에 공급하며 글로벌 물가안정에 기여하던 중국이 이제는 물가불안을 전세계에 확산시키는 ‘인플레 수출국’으로 변했다고 지적한다. 베이징의 한 경제분석가는 “중국의 물가급등은 중국산 제품의 수출가격 상승을 유발해 전세계 물가가 동반 상승하고 이것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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