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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주식시장이 폭락할 때는 신규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았는데 요즘은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습니다.” (고문환 현대증권 강남지점장) “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현금 비중이 50%에 달하는 고객도 있습니다.” (이환희 KB투자증권 압구정센터 프라이빗뱅커) 유럽의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투자자들은 유럽 위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자 “일단 사태를 지켜보자”는 관망모드로 돌아서고 있다. 이 때문에 증시 주변에서는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대기자금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고액 자산가들의 현금 보유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통상 고액 자산가들은 금융자산을 투자할 때 주식과 펀드, 채권의 비율을 적절히 조합해 현금 보유를 전체의 10% 이내로 가져간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액 자산가들은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이 20% 이상으로 급증했다. 박성호 신한금융투자 프라이빗뱅커(PB)는 “주식시장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고객들의 안전 자산을 추구하는 심리가 높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고액 자산가는 금융자산의 절반을 현금으로 전환할 정도로 주식시장 이탈 현상이 뚜렷한 상황이다. 연기금을 제외한 기관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의욕도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이후 연기금이 2조5,151억원을 순매수하며 제 몫을 했을 뿐 나머지 기관의 순매수 금액은 1,900억원에 그쳤다. 투신이 804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종금(-437억원), 보험(-213억원) 등 대다수 기관이 팔자에 나섰다. 주식시장의 주요 투자자인 기관이 팔자에 나선 이유는 8월 이후 국내 증시가 1,900포인트를 상단으로 하는 박스권을 좀처럼 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형 투자자문사는 수익률이 -30%에 달할 정도로 손실폭이 커진 상황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투자자문사들이 자문형 렙으로 유입된 자금의 포트폴리오를 대형주를 중심으로 짰지만 증시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며 “유럽 위기가 단시일 내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소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가다 보니 부동자금만 넘쳐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표적인 부동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잔액이 지난 17일 70조4,800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MMF자금은 지난 1월13일 78조1,15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8월에는 50조원대까지 감소했었다. 하지만 10월 이후 가파른 증가세로 돌아선 뒤 현재 다시 70조원대로 올라섰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MMF 자금이 이렇게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기관과 법인이 주식투자를 정리한 뒤 재투자에 나서지 않는 데다 투자처를 못 찾은 자금이 몰려들면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동자금 증가 현상이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의 재정 불안이 당장 해소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10년물 국고채 수익률이 7%대까지 치솟고 있는데 시장참여자들은 그 동안 학습효과를 통해 10년물 국채가 7%까지 상승할 경우 구제금융으로 가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며 “이런 불안 상황이 지속되는 한 투자 심리는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글로벌 경기와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자금이 투자처로 흘러가지 못 하며 부동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며 “유럽 문제가 단시간에 해결되긴 힘든 만큼 올 연말까지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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