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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2일 발표한 서비스산업 육성대책은 의료와 관광·교육 분야의 투자 빗장을 더 열어 중국과 중동 등의 투자가와 관광객들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배경에 깔고 있다. 금융제도를 손질해 은행과 가계의 금고에서 잠자는 돈이 산업현장으로 흐르게 하고 물류와 정보통신 분야에서 경제성장을 위한 새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정책적 의도도 담겨 있다. 관광을 비롯한 서비스산업 규제완화는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손쉽게 투자와 내수 활성화를 기할 수 있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워낙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난개발 논란과 이익집단의 반발 등으로 정책추진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이번 육성방안은 서비스업종별로 '성과 구체화 프로젝트'와 '제도개선·기반조성 과제'를 제시하는 투트랙 구조로 짜였다. 성과 구체화 프로젝트는 이미 현 정부 들어 큰 틀로 발표됐던 규제완화·추진사업의 후속으로 세부기준·적용대상·추진일정 등을 못 박는 내용들로 꾸려졌다. 한 번 발표된 정책은 반드시 현 정부 집권 기간에 실적을 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소개했다. 투트랙의 또 다른 한 축인 제도개선·기반조성 과제는 당장 임박한 투자사업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푸는 데 주안점을 뒀다.
산업계·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대책이 시의적절하고 방향도 대체적으로 옳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재계 단체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정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했지만 누락됐거나 지원이 미진했던 아이템들이 이번에 제법 많이 들어갔다"며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총평했다.
다만 이번 대책이 실현되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시련이 예고된다. 규제완화에는 필연적으로 일정 부분 부작용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도적 배려가 악용·남용돼 △난개발 △인권침해 △치안 약화 △대형 의료법인의 편법상속 및 증여 △특혜 시비 △연금불안 약화가 초래될 수 있다. 이 같은 쟁점을 한 발 앞서 불식시킬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 관련 법안이 국회 처리나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시 난항이 불가피하다.
난개발 우려를 사는 정책은 주로 관광호텔 설립부지 확보(상업지역 및 준주거지역 확대), 산지관광특구제도 도입(산악호텔 등 허용), 한강 및 주변지역 개발(전시·공연장 하천 점용, 관광시설 건축 등)이다. 관광호텔 설립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토지 용도변경을 남발하면 자칫 주택가·학교·문화재 일대에 숙박업소·유흥시설이 난립할 수 있다. 30년 만의 한강변 개발 역시 공공부지가 개발업자에게 전용되거나 졸속 건축으로 경관이 되레 악화할 수 있어 기대했던 관광 명소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더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리하게 추진해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는 한강르네상스플랜(세빛둥둥섬, 노들섬, 유람선 선착장 등)을 깊은 반성 없이 재시도한다는 야권의 반발도 예상된다.
환자의 건강정보를 의료기관들이 온라인 등을 통해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정보 보호 및 활용법률' 제정이나 유전자치료제, 줄기세포 임상실험 관련 규제완화 등은 인권 문제와 직면해 있다. 물론 이들 제도 개선으로 환자의 편익이 높아지고 신약개발, 의료품질 향상 등의 효과가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특히 의료기관들이 온라인 등으로 환자 건강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되면 최근 통신사·금융권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병원 등에서도 재연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인천공항에서 중국인 관광객 등에게 여행자 전용 SIM카드(일종의 선불폰 요금카드)를 판매하기로 하는 것이나 의료 관련 비자제도를 완화하는 것은 치안에 빈틈을 만들 수 있다. 미국의 9·11테러 당시 테러범들이 선불폰으로 연락을 취하며 당국의 감시망을 피했던 전례나 일부 중국인들의 불법체류·마약운반 사례 등을 환기해야 하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종합병원이 메디텔에 개인병원(의원급 의료기관)을 세놓을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은 자칫 병원재벌 오너가 자녀 등 일가에게 알짜 진료과목의 개인병원을 세를 줘 편법적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부를 증여하는 창구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아울러 퇴직연금에 대한 자산운용 규제완화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면 그만큼 원금 보호장치도 마련돼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국회 관계자들은 이 같은 논란들이 선결돼야 입법절차가 순항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가 이번 대책과 관련해 꼽은 법안 개정 및 제정 항목(입법과제)은 모두 23건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생명윤리법·의료법·관광진흥법·산업입지법·자본시장법 등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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