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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침체-부동산값 하락·대출 부실-사회안전망도 없어 3중고

[위기의 자영업] <1> 고용 대박 속 감춰진 진실<br>■ 벼랑끝 내몰리는 자영업자<br>작년말부터 급속 증가 종사자 800만명 넘어 취업자의 30% 달해<br>수익성 급속히 떨어져 차 팔고 매장 내놓아<br>최저소득보장제 등 실업부조 도입 필요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 명동에 자영업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자영업자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저조, 생계비 대출, 사회안전망 부실 등으로 3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경제DB


외환위기 이후 한 차례 조정을 겪은 자영업자 숫자는 지난 2000년대 들어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베이비부머 퇴직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전년 동기 대비 10만7,000명이 증가하면서 10만명 이상의 증가폭을 이어가더니 5월에는 18만6,000명이 늘어났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달마다 20만명 이상의 자영업자 증가세가 예상된다. 내수침체에 수요는 쪼그라드는데 시장에 공급은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 자영업자 수는 어느 새 사실상의 자영업자들까지 포함할 경우 8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속도와 병행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이들의 경영난이 하반기 우리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암초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과잉공급→사업부진→부채증가→생활불안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와중에 악화되는 내수경기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대출부실, 퇴로가 없는 사업환경까지 맞물려 자영업자들이 극단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내수경기가 점점 위축되는 가운데 국내 취업자 수의 30%를 넘을 것으로 추측되는 자영업 종사자들이 연쇄 도산할 경우 국내 경제에 감당 못할 충격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퇴로를 열어주는 한편 수요가 늘어나는 사회 서비스업 등의 수익성을 높여 음식업 등 일부 업종에 편중돼 있는 자영업자들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취업자 중 3분의1 이상이 자영업 종사자=통계청에 따르면 5월 기준 공식적인 국내 자영업자 숫자는 585만명으로 전체 취업자(2,513만 명)의 23%가량을 차지한다. 이 수치만 따져도 선진국에 비하면 월등하게 높아 문제가 심각한데 실제 자영업 종사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당장 자영업에 종사하는 무급가족종사자(135만명)를 합하면 순수 자영업 종사자가 720만명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중소기업으로 분류는 돼 있지만 사실상 자영업자나 다름 없는 영세한 1~4인 사업체 사장까지 합하면 국내 자영업 종사자 숫자는 800만명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취업자 수의 무려 3분의1 이상이 자영업 종사자로 구성돼 있는 셈이다.

◇내수침체와 대출부실에 수익성 급속도로 악화=국내 자영업은 대부분 국민들이 먹고 마시고 여가를 보내는 비용으로 수익성이 유지된다. 국민들이 지갑을 닫으면 가장 먼저 자영업자에게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유럽위기로 경기여건이 더욱 불확실해져가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을 지탱해줄 가계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ㆍ4분기 가계소득에서 이자 비용 등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에 육박,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소비지출이 커질수록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가 사실상 1,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외식 비용을 줄이고 파격적인 세일 품목으로만 수요가 몰리는 것이 최근의 가계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부채를 지고 사업을 하는데 이들의 담보인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문제다. 대출이 부실화되고 이자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159%로 상용근로자(79%)의 두 배에 달한다. 일정한 수입이 유지되지 않으면 당장 도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되면 차입을 늘리고 그것도 안 되면 자산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보다 경기가 더 악화되면 갖고 있던 차를 팔고 매장을 줄이는 전체적인 자영업 디레버리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준비 없는 창업 막고 사회안전망 확충해야=국내 자영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준비 안 된 창업과 과잉공급 문제가 매번 지적된다. 불과 3~4개월 만에 창업을 하는 일이 빈번하고 창업한 지 5년도 채 안 돼 폐업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창업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 보니 음식점ㆍ제과점ㆍ호프집 등 생활 밀접형 업종으로만 창업이 몰리고 이는 다시 과다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며 "자영업 증가율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정부가 자영업 진출 업종을 다각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현재 창업교육에서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 이미 공급이 포화상태인 제과점ㆍ네일아트 등"이라며 "자영업을 증진시키기 위해 똑같은 자영업자를 또다시 양산하는 게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급속도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급히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수경 KDI 연구원은 "지역연금을 강화해 자영업자들을 포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고 자영업자들 중에서도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계층에 대해서는 최저소득보장제와 같은 일종의 실업부조를 도입해 지원해줄 필요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 명동에 자영업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자영업자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저조, 생계비 대출, 사회안전망 부실 등으로 3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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