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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얼굴기형 어린이 치료 25년… 되찾은 웃음 보면 보람 느끼죠

'오드리 헵번 인도주의상' 수상

베트남·우즈벡·몽골 등서 봉사

北어린이 무료수술도 계속 타진

지난 2009년 베트남 현지에서 백롱민(가운데) 교수가 수술을 집도한 어린이를 보며 웃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인술(仁術)을 베푸는 선의(善醫). 백롱민(56·사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진료부원장)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그는 구순·구개열 등 얼굴기형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무료로 수술해주는 일을 25년 동안 이어왔다. 그와 뜻을 같이한 의사들과 함께 치료해준 국내외 어린이만 줄잡아 4,700명이 넘는다. 백 교수는 최근 소외받는 어린이를 위해 봉사한 개인·단체에 주는 '오드리 헵번 인도주의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백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은 일인데 큰 상을 받게 돼 부끄럽다"며 "베트남·미얀마 등에서 수술로 밝은 웃음을 되찾은 아이들을 보면 더욱 이 일을 멈춰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올해도 어김없이 6~7월에 베트남과 미얀마로, 10월에는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총 202명의 얼굴기형 어린이의 수술을 집도·감독했다. 지난 1996년부터 베트남을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몽골 등을 돌며 치료한 어린이는 3,700여명. 매년 하는 무료봉사지만 마취기구부터 수술 도구, 의약품 등을 공수해 현지에서 야전병원 같은 수술실을 새로 만드는 것부터 녹록지 않다.

백 교수는 "수술에 그치지 않고 현지 의사들을 교육하고 공수해온 수술 도구와 약품을 모두 기증한다"며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줘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국가에서의 수술기간은 1주일 남짓. 백 교수의 동료·제자 등 20여명이 수술장 4~5곳에서 하루 종일 매달려 환자 20~30명 정도를 수술한다.

"처음 해외 무료봉사 때는 전공의들을 꼬드기거나 반강제로 데려가곤 했지요. 하지만 봉사를 다녀온 의사들은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몸으로 깨닫고 자발적으로 갑니다. 이제는 무료봉사 때마다 빠지지 않겠다는 열성파 의사들도 있고 개업의들이 며칠 병원 문을 닫고 동참하기도 합니다."



백 교수의 봉사는 서울대 의대를 나와 인제대 백병원 근무 시절 백 교수의 스승이자 친형인 백세민 교수와 함께 만든 사단법인'세민얼굴기형돕기회(Smile for Children)'에서 출발했다. 1989년 발족한 후 경제적 도움이 절실한 국내 얼굴기형 어린이들을 치료하면서 해외에도 도움의 손길을 보내기 시작한 것. 백세민 교수가 1996년 은퇴한 후 동생인 백 교수가 세민얼굴기형돕기회를 이끌고 있다. 현재 무료봉사에 동참한 의사만 100여명에 이르고 10여개의 기업이 돕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백 교수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더 많은 아이들을 고칠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도움을 주는 기업과 회원들이 없다면 이마저도 힘들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북한의 얼굴기형 어린이에 대한 안타까움도 크다. 북한 지역 봉사를 위해 2000년 이후 두 차례나 북 당국자와 만나기도 했지만 2002년 서해교전과 2009년 천안함 침몰 등 성사 직전에 터진 변수로 번번이 무산됐다. 백 교수는 앞으로도 북한 지역 봉사를 계속 타진할 생각이다.

백 교수는 "얼굴이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아이들이 여전히 부적절한 관심과 대우로 마음의 상처와 불이익을 받고 있는 점은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6월께 베트남과 미얀마에 갈 계획을 잡아놓았다는 그는 "작은 의술이 아이들에게 행복을 안긴다"며 "아이들이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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