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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0에서 1을 빼면 0이 된다?"


100에서 1을 빼면 0이 된다는 명제는 수학적으로 틀리지만 안전에 관한 문제에 대입해 보면 이 명제만큼 안전의 중요성을 정확히 표현한 것도 없다. 한 예로 8년 전 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사고를 사례로 들 수 있다. 컬럼비아호는 우주개발의 꿈을 품고 떠난 승무원 전원 7명을 태운 채 텍사스 주 상공에서 폭발됐다. 폭발의 직접적 원인은 이륙 후 81초 만에 떨어져 나간 작은 서류가방 크기의 단열재 하나 때문이었다. 이 작은 조각은 우주선의 왼쪽 날개를 강타해 구멍을 냈고 대기권 재진입 때 그 구멍으로 뜨거운 열이 흡수되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과학자들에게 99가지의 안전조치를 잘 이행하더라도 고의 또는 부주의로 놓친 어느 한 가지로 인해 큰 사고가 발생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작은 실수·부주의가 큰 손실로 필자는 21세기 과학강국을 이끌어 나갈 이공계 대학(원)생들을 비롯한 연구활동 종사자들이 특별히 이 안전에 대한 명제에 대해 심도 깊게 생각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과학 인재들의 학문탐구 요람인 실험실에서도 이와 같은 작은 실수 또는 한 순간의 부주의로 인해 인명과 재산상 손실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사고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이공계 대학(원)생의 경우 수많은 화학물질과 위해 요인 등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통해 보호받는 근로자와 달리 법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2006년에 이르러서야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마련됐다. 그러나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 운영한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필요성과 절실함을 공감하지 못한다면 법과 정책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관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도 안전의식과 문화가 연구실 안전정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여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한국엔지니어링협회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과 함께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학과 연구기관ㆍ연구활동 종사자들의 인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특히 연구개발의 전초기지에 해당하는 대학의 경우 법적으로 연구 활동에 입문한 연령이 가장 낮은 학생들이 소속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그들 스스로가 안전의식 생활화를 실천할 수 있도록 성숙된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연구실 안전에 대해 배우지 못하고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장차 석·박사 과정 및 연구원 단계로 진출했을 때 안전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얼마나 깊이 인식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대학은 '안전교육의 최고 책임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안전의식·문화 중요성 인식해야 또한 이공계 대학(원)생인 연구활동종사자들도 생명과 귀중한 연구자산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정기적인 교육훈련을 받을 권리, 보험에 따라 보상을 청구할 권리 안전점검이나 정밀안전진단에 따른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정부와 대학으로부터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정부와 대학 그리고 연구종사자 모두가 연구실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함께 이뤄나갈 때 비로소 안전한 연구 환경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빛을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훗날 21세기 과학한국을 이끌어 나갈 유능한 인적자원들이 안전한 실험실에서 훌륭한 연구 성과물들을 탄생시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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