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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새로운 도전의 시대](1부-3) 싱가포르에서 배울 점

"FTA효과 높이려면 기술혁신 필수"<br>지재권보호 강화는 국제인지도 높일 좋은 기회<br>관세 폐지 따른 가격경쟁만으론 수출증가 한계<br>정부차원 적극적 세일즈·규제 완화도 뒤따라야




싱가포르 시내 중심의 마천루.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선텍시티를 중심으로 동부 마리나베이 주변에 포진해 있다. 창이 국제공항과 지하철로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관세폐지에 따른 가격경쟁력만으로 수출이 무조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끊임없는 기술혁신이 필수조건이다.” 한미 FTA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지난달 말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기업들에 이같이 조언했다. 람굼웬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중소기업 담당부장은 “미국과의 FTA 체결 이후 수출실적이 급증한 기업은 하나같이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연구와 투자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지적재산권 강화로 IT업계가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술력이 있는 회사에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세일즈와 규제완화가 지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 싱가포르(BUY Singapore)’라는 타이틀로 이뤄지고 있는 싱가포르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노력과 투자 담당자들의 ‘원스톱 서비스 마인드’를 얼마나 따라잡느냐에 따라 한미 FTA 체결 이후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재권 활용 따라 투자확대도 좌우=미국과의 FTA 체결 이후 싱가포르 제조업체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지적재산권 보호’ 부분이다. 빅람 카나 비즈니스타임스 편집장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 부분이 강화되면서 인근 국가에서 특허권 보호가 어렵다고 생각되는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기반을 옮기고 있다”며 “미국기업들도 싱가포르를 비즈니스의 출발지로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PC용 비디오 편집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뮤비(Muvee)는 미ㆍ싱 FTA가 발효된 지난 2004년 주요 특허를 취득하고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으며 노키아ㆍ니콘ㆍ소니ㆍHP 등과 제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화되면서 소프트웨어와 같은 라이선싱 기업은 유리한 영업환경을 갖추게 됐으며 국제 인지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싱가포르간 FTA 체결 이후 제약사인 화이자ㆍ아이시스파머슈티컬 등은 싱가포르에 제조 및 R&D 시설 증액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IBMㆍHP 등 대형 IT기업들이 싱가포르를 e비즈니스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영화 스타워즈로 유명한 루카스필림도 영화ㆍTVㆍ게임용 디지털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기지로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FTA 발효 이후 더욱 강화될 지적재산권을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투자확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과 미국 FTA 협상에서도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저작권 보호기간이 저작자 사후ㆍ저작물 발행 이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됐으며 온라인 저작권에 대한 권리자의 권한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박원웅 중소기업진흥공단 싱가포르 사무소 수석대표는 “동남아 일대에서 한국 상품에 대한 무분별한 복제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한국의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지적재산권이 자신들과 무관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전자장비 부품 전문기업인 두이(Dou Yee)는 미ㆍ싱 FTA 체결 이후 무관세(3% 수입관세 폐지) 혜택에만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R&D와 정기 품질검사에 노력한 결과 대미 수출이 40%가량 늘어났다. 관세철폐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FTA 이익 극대화하려면 관련 제도부터 간소화해야=지난달 30일 싱가포르 포트 캐닝(Fort Canning) 파크에서 열린 ‘한ㆍ싱 FTA 발효 1주년’ 기념세미나에 현지 유망투자가와 기업인 180여명은 FTA 활용 극대화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리이샨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정무장관과 정동수 인베스트코리아 단장의 기조연설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 싱가포르의 한 기업인은 “제주도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고 하는데 한국은 왜 그리 복잡한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ㆍ싱 FTA 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개별 투자에 대한 상담이 껄끄러웠는지 “행사가 끝난 뒤에 보자”며 상황을 무마시키는 데 급급했다. 싱가포르 투자유치를 담당하고 있는 경제개발청(EDB)은 외국인 투자상담시 부지선정에서 법무부나 환경부 등 다른 부처들이 해야 될 일까지 다 알아서 처리해주는 반면 한국은 부처간 얽혀 있는 규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소신 있게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EDB가 지난 한해 동안 유치한 프로젝트는 모두 450개. 추아 텍 히안 EDB 부사장은 “지난해 프로젝트가 모두 실행될 경우 2만6,800여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134억달러의 GDP 창출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며 “신규 일자리의 경우 상당수가 엔지니어ㆍ테크니션 등 전문직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투자 규제뿐 아니라 한국의 복잡한 세금정책에 대한 문의도 잇따랐다. 제레미 제임스씨는 “정부와 개별 지자체의 유치정책이 다른데다 세금도 워낙 복잡하게 돼 있어 이해하기 힘들다”며 “외국계 회사의 부동산 시장 진출시 어떤 세금을 내야 되는 것이냐”고 되레 물어왔다. 이날 오전 시간에 한국의 조세와 금융환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싱가포르의 기업인들은 한국의 복잡한 세금체계를 보고 고개를 내둘렀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규제 관련 문제는 투자를 막는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다. 토머스 루디 투나스 공단 이사는 “미ㆍ싱 FTA 체결 이후 투자문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와 바탐 자체규정이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실제 투자까지 다소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FTA를 극대화하려면 한국 내 중복되는 규제는 없는지 각 부처간 얽혀 있는 관련 규제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고쳐나가는 일이 급선무인 셈이다. 협정문이 발효되기 전까지 어떻게 하면 우리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시장을 더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과 실행계획에 몰두하고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샴페인’은 나중에 터뜨려야 될 것이다. /싱가포르=김민열기자 mykim@sed.co.kr "한국 농업개방 불가피 농민에 금전 보상보다 자녀 교육지원이 효과"

인위적 관세 조정은 물가 왜곡 부를수도 국제적 경영대학인 싱가포르 인시아드(INSEAD)의 푸산 덕(사진) 교수는 "농업은 한국의 경쟁우위 산업이 아니지만 개방을 허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대책으로는 현 세대에 대한 금전적 지원보다는 후세를 위한 교육제공 등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무역장벽을 없애는 것이 국제통상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며 다자간 협상인 세계무역기구(WTO)와 FTA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ㆍ싱가포르 FTA 이후 변화상은 무엇인가. ▦체결 이전부터 무역과 금융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게 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거래량이 체결 이후 19% 늘어났으며 금융서비스 분야에서도 규제완화로 미국 은행들이 소매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아직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더 두고 봐야겠지만 싱가포르가 꿈꾸는 아시아의 금융허브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싱가포르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는. ▦FTA 체결 이전에도 싱가포르의 관세가 워낙 낮아 일반 소비자들이 온몸으로 느끼기 힘든 게 사실이다. 다만 음식가격이 내려가고 소비자 이익은 더 커졌다. 630%나 되던 팝콘의 관세가 사라져 소비자들이 더 싼값에 팝콘을 먹을 수 있게 됐다. -미국과의 FTA 체결 후 한국이 소외받는 산업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한가. ▦한국의 경쟁우위 산업은 농업이 아니다. 경제적 성공을 거둔 것은 제조 분야이고 지금도 제조업이 경쟁우위에 있다. 농업에 대한 개방을 허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농민에게 살아가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 세대 농부들에게 돈을 얼마 주는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자ㆍ손녀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농사일이 아닌 성장산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국의 FTA 체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관세장벽을 철폐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가령 한국이 미국과의 FTA를 통해 수출입 상품의 관세를 낮출 경우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은 가장 싼 가격이 아닌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가격에 물건을 사게 된다. 미국 이외에 중국ㆍ인도의 상품들이 가격이 더 낮은데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인위적인 관세조절로 물가가 왜곡되는 현상이 생긴다.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될 경우 한미간 무역효과가 오히려 복지를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이 FTA라는 형식을 통해 무역장벽을 없애는 것이 국제 통상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을 상대로 FTA를 체결하는 아시아 국가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텐데. ▦한국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에 대항해서 흥정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보면 지는 경우가 많다. 세계무역질서를 안정시키는 최상의 방법은 WTO 체제 아래에서 다자간 협상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WTO가 FTA를 인정했지만 'FTA에 대한 증식'을 유심히 보고 있다. FTA만 증식되는 것은 좋지 않고 다자간 협상과 함께 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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