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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국내 전자책시장] <상> 20년째 유망주…국내 업계 현실은

제작표준 사분오열·킬러콘텐츠 실종… 토종업계 '바람앞 촛불'





알력싸움 벌이느라 프로그램 공유 작업 외면

번거로운 결제절차·단말기 흥행실패도 한 몫

종이책 70% 버금가는 비싼 가격도 걸림돌로


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아 전철 등 공공장소에서 책이나 잡지를 펴는 사람은 눈 씻고도 찾기 힘들다. 스마트폰·태블릿PC 속 실시간 뉴스와 영상·이미지·게임 등 다양한 유혹 사이에서 책이 외면 받고 있다. 종이책이 외면 받는다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전자책이 번성해야 하지만 이마저 존재감 자체가 희박하다. 과거 텍스트 위주나 종이책을 스캔한 수준에서 많이 벗어났다지만 화려한 디지털 콘텐츠 사이에서 시선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출판업계의 대대적인 표준 단말기 보급 등 초기 투자를 통한 이용층 확산, 시의적절한 양질의 콘텐츠 공급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제각각 달리는 출판업계…제작 표준, 투자도 없어=현재 국내 전자책 시장은 말 그대로 제각각이다. 예스24·교보문고·인터파크도서 같은 인터넷서점이나 전자책 유통사, 제작업체 등에서 전자책을 선보이고 있지만 모든 전자책 기기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볼 수는 없다. 세계 전자책 제작표준인 EPUB(Electronic Publication) 기반이라고는 해도 버전이 2.0~3.0으로 다르거나 같아도 호환이 되지 않아 제대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하나의 표준이나 플랫폼·프로그램을 사용하자는 대승적인 차원의 움직임도 없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알력이 존재한다. 출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사가 제작 표준, 플랫폼, 저작권보호장치(DRM) 등을 공유하지 않는 것은 이미 확보한 고객을 타사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책 시장 발전을 위한 장기적 안목이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한 선의의 경쟁 같은 것과는 먼 얘기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연구원은 "전자책 출판사든 유통사든 투자가 너무 적다. 소비자를 유인할 콘텐츠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여기다 여전히 번거로운 결제절차와 전자책 전용단말기 흥행 실패도 한몫을 한다. 특히 '킨들' 같은 전용단말기와 함께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전자책 시장을 만들어낸 아마존의 경우와 한국 시장은 대조적이다. 국내에도 예스24·교보문고·인터파크에서 각각 단말기를 내놓고 있지만 가뜩이나 적은 전자책 이용자의 10%도 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전자잉크 기반의 전용단말기에서 태블릿PC 형태로 빠르게 전환되는 추세다.

◇번역물·신간 등 킬러 콘텐츠 빠져=대부분의 독자들은 전자책으로 볼 게 없다고 불평한다. 가장 많은 전자책을 확보했다는 교보문고가 30만여종. 하지만 50만종은 넘어야 전자책 플랫폼으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나마도 머릿수 채우는 수준의 오래된 책이나 종이책을 스캔한 것이 많은 게 문제다.

현실적으로 전자책을 새로 제작할 여건(인력·비용 등)이 안되는 출판사가 대부분 유통사에 제작을 일임하기 일쑤이고 유통사는 책 하나하나의 특성을 살려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대부분의 출판사가 전자책을 자체 제작하고 외주를 주더라도 출판사 주도로 이뤄진다. 전자책 이용자 입장에서 국내 전자책을 접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당연히 재구매로 이어질 리 만무하다.

또 국내에서 출판되는 도서의 절반가량이 해외 번역물인데 대부분 전자책으로는 출간되지 않는다. 전자책 전송권 계약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대형 작가의 신간 역시 대부분 종이책 출간 이후 한참 지나서야 론칭된다. 여전히 많은 국내 출판사와 작가가 전자책이 종이책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전자책에 적합한 로맨스·미스터리·공포·판타지 등 이른바 장르물은 국내책보다는 해외책이 경쟁력이 있어 이렇다 할 국내 콘텐츠도 없다. 아마존이 한국 전자책 시장에 들어올 경우에 이 장르물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시장 선점에 나설 공산이 크다.

◇가격 문제도 걸림돌=독자가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점 중의 하나가 가격이다. 소비자는 전자책이 추가 제작비가 별로 안 드는 만큼 종이책의 평균 70% 수준인 현재 가격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업계의 얘기는 다르다. 현재 전자책 표준인 EPUB 3.0은 이미지·동영상 등이 포함된 수준을 넘어 사용자와 상호 반응할 수 있고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까지 구현해 가격을 내리기 힘들다고 말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통·제작비용이 적은 전자책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 여기에는 책을 소유가 아닌 소비 개념으로 보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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