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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8월 12일] 광복 63년, 지금 우리는

요즘도 주유소에서 ‘만땅’이라는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만땅’이라고 말하는 이가 어떤 사람인가 하고 쳐다보면 젊은이라서 놀라게 된다. 동시에 자괴감도 느끼게 된다. 일제 치하에서 벗어난 지 63년이 흘렀지만 일본의 잔재는 일본 지배를 받았던 세대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까지도 그 뿌리를 이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주유소뿐 아니라 생활의 모든 부문에서 일본말 또는 일본식 표현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세대 구별 없이 자연스럽게 쓴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설렁탕 집에 가면 ‘다시(맛 국물)’를 달라고 하고 공사장 근로자를 아직도 ‘노가다(막일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들이 당구를 치면서 ‘다마(공)’ ‘겐세이(견제)’ ‘겐뻬이(편 먹기 대결)’ 등의 말을 사용하고 있고 ‘유도리(여유)’ ‘이빠이(가득)’ ‘사스마와리(경찰기자)’ 등도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또 일본에서 유행하는 말은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는데 그게 일본식 표현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지난 1980년대 일본에서 ‘열혈남아’라는 표현이 유행했는데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열혈팬’이니 하면서 따라 쓰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 여자프로골프에서 선전하고 있는 우리 여자 선수들에게도 그렇고 올림픽에서 여자 구기 경기가 있을 때도 우리 언론을 통해 ‘자랑스러운 태극 낭자군’이라는 표현을 가끔 보게 된다. ‘낭자군’은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던 여인들을 일본에서 일컫는 말로 주로 사용됐으니 이제는 그 표현을 쓰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필자는 국수주의자가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는 외국어에도 능숙해야 한다. 하지만 외국어에 관심을 갖고 외국어를 잘 하는 것은 우리의 언어를 정확히 알고 사랑하는 바탕 위에서 가능하다고 믿는다. 올해가 정부 수립 60주년이고 광복 63주년이지만 일본 식민의 잔재가 우리 언어와 사고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한 우리가 아직 완전하게 해방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해본다. 나라를 잃기도 했고 (경술국치ㆍ1910년 8월29일) 나라를 찾기도 했던 8월에 갖게 되는 이 근심을 이제는 빨리 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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