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과감한 베팅으로 KT렌탈을 확보하게 됐다. 롯데그룹은 KT렌탈의 렌터카 사업을 기존의 금융ㆍ관광ㆍ유통 서비스와 연계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SK네트웍스, 한국타이어ㆍ오릭스 컨소시엄,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를 제치고 KT렌탈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롯데는 KT렌탈의 모회사인 KT와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조건을 협상한 후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KT는 가격뿐 아니라 SK그룹과의 관계, 노조 입장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KT렌탈 인수가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였던 SK네트웍스는 1차 본입찰에서 9,000억원대의 높은 가격을 써냈지만 롯데가 과감히 1조원을 제시한 2차 본입찰에는 불참했다. KT 입장에서도 SK네트웍스의 그룹사인 SK텔레콤이 KT와 경쟁관계라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와 어피니티의 경우 노사관계나 재무적투자자(FI)라는 점 때문에 KT렌탈 노조의 반대가 컸다.
신 회장은 KT와 최종 계약을 체결한 후 렌터카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10만여대의 렌터카를 보유한 KT렌탈의 KT금호렌터카는 국내 렌터카 시장 1위(시장 점유율 26%) 업체다. 국내 렌터카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7%의 고성장을 지속해왔지만 승용차 등록 대수 대비 렌터카 차량 대수는 여전히 일본ㆍ미국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성장성이 여전히 높은 셈이다.
롯데는 또 KT렌탈이 카셰어링 서비스인 '그린카'를 지난 2013년 10월 인수해 공유경제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자동차 등 제품을 소유하기보다 실용성을 고려하는 소비 트렌드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렌털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롯데는 KT렌탈이 앞으로도 연 1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지금까지 롯데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없었던 교통ㆍ자동차 관련 서비스를 KT렌탈 인수를 통해 확보하게 됐다"며 "유통·금융·관광 등 기존 사업 부문과 연계해 렌터카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앞으로 롯데호텔에 숙박하는 외국인관광객을 겨냥해 렌털 서비스를 운영하고 롯데마트 등의 주차장에서 카셰어링용 차량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융 분야에서는 롯데캐피탈·롯데손해보험 등과 연계해 자동차 리스ㆍ보험 상품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롯데는 KT렌탈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해 "2009년 이후 30여건의 인수합병(M&A)을 진행했지만 한번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한 적이 없다"며 고용승계 원칙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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