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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끝나지 않은 새하곡(塞下曲)


새하곡(塞下曲)은 이문열 작가의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변방의 싸움터를 노래한 한시(漢詩)에서 제목을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방 군부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1979년 발표됐으니 36년의 세월이 흘렀다.

기자는 군대를 다녀와 복학하기 직전 새하곡을 읽었다. 벌써 20년 전이다. 하지만 당시 새하곡을 읽으며 느꼈던 전율은 아직도 생생하다. 작품의 배경이 된 전방부대의 모습과 사병들의 생활에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은 달랐지만 기자가 눈으로 보고 몸으로 직접 체험한 군 생활과 너무나 흡사했다. 군 특유의 위계질서와 집단문화, 구타와 가혹행위 등. 정도는 달랐지만 모든 것이 비슷했다.

기자가 20년 전 읽었던 새하곡을 갑자기 떠올린 것은 육군 28사단 윤모(21) 일병 폭행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을 통해 그동안 군부대에서 벌어진 구타와 가혹행위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마디로 참혹하다. 시간이 흘러도 역시 군대는 군대인가.

그동안 우리 군은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특히 2005년 경기도 연천 530 전방초소(GP) 총기 난사사건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야간점호 폐지, 전문상담사 도입, 동기생 생활관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보면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 병영문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사병들이 군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군기(軍紀)'다. 군 지휘관들은 군기가 확립되어야 지휘·명령체계가 바로 서고 부대도 제대로 돌아간다고 얘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군의 근간은 의무 복무를 하고 있는 사병들이다. 모병(募兵)을 통해 자진 입대한 직업군인들과 징집(徵集)을 통해 입대한 사병들은 복무자세나 행동양식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군이 정말 병영문화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사병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행동하는지 본질부터 이해해야 한다. 군 수뇌부가 책임을 진다며 옷을 벗는 것만으로 병영문화는 바뀌지 않는다.

새하곡은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과 극도의 무력감에서 오는 절망감과 허무함,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야전 포병대 통신장교인 이 중위는 처음에는 사병들의 모습에 낯설어하지만 점차 그들을 이해하고 동질감을 갖게 된다.

새하곡 마지막 부분에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인 김 일병이 대공초소 부근에서 목을 매 자살한 장면이 나온다. 김 일병의 시체 앞에 모인 간부들이 "(죽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이것들이 왜 이리 턱없이 죽지"라고 하자 이 중위는 자신도 모르는 망연한 기분에 휩싸여 한마디 던진다. "그게 바로 병사의 절망이지요." 시대는 흐르고 변했지만 '병사의 절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변방을 지키는 사병들의 노래, 새하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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