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한다”며 지난 9월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에게 붙었던 대선 후보라는 명칭은 23일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다. 대통령이 돼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단일화라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66일 만에 떨어졌다.
안 후보의 퇴장은 등장만큼 ‘충격적’이었다. 그는 등장 당시 국민에게 했던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겠다”는 약속을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한 자신의 말을 지키는 것으로 대신했다.
안 후보가 이날 자신의 사퇴 이유로 든 것은 ‘국민의 약속’이었다. 18일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사퇴 직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꼭 이루겠다”고 한 말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자신이 후보직을 내려놓는 사퇴 선언을 했다.
그는 ‘정권교체’라는 또 다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께 성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대선 주자’로 분류되기 시작했고 대선 후보로서의 마지막을 또다시 ‘양보’로 채운 것이다.
대선 후보로서의 경력은 70일도 채 안 되지만 ‘대선 후보로 나서달라’는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있어왔다. ‘안철수 현상’으로 표현된 이 열망은 안 후보를 1년 가까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있은 뒤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안 후보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절반(당시 지분가치 1,500억원)에 대한 사회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단지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던 일을 실행에 옮기는 것뿐”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올 2월6일 이 재원을 바탕으로 안철수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국민의 질문에 오래 동안 함구했다.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만 했다. 그 말은 결국 “‘국민의 요구가 계속된다면’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었다.
7월19일 안 후보는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냈다.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대한 진단 및 청사진 등을 담은 이 책은 사실상 안 후보의 ‘국정운영 구상서’처럼 인식됐고 순식간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의 계속된 침묵에도 안 후보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자 검증 공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9월6일 금태섭 변호사(이후 캠프 상황실장)에 의해 폭로된 새누리당으로부터의 불출마 협박 의혹은 그 결정판이었다.
이로부터 불과 닷새가 지난 9월11일 유민영 대변인 명의로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뒤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고 그로부터 일주일여가 지난 9월18일 안 후보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 정정당당하게 싸울 것”이라는 말로 대선 출마의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11월23일 안 후보는 대선 후보직을 물러나면서 다시 한번 “제게 주어진 시대의 역사와 소명을 결코 잊지 않겠다.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 몸을 던져 계속 그 길을 가겠다”고 했다. 출마선언 당시의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남은 생을 정치인으로 살겠다”는 그의 또 다른 말을 지키겠다는 표현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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