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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11월 30일] 美 경제침체의 과거와 현재

두바이 쇼크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까 가늠하기 어려워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최근 미국과 한국 주식시장을 보면 그래도 최악의 경제위기는 통과한 게 아닌가 하는 안도의 마음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과거의 경기침체를 지날 때 보여줬던 희망적인 신호는 잘 나타나지 않아 마음을 영 놓을 수가 없다. 미국 고용시장은 아직도 꽁꽁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10.2%까지 오른 미국의 실업률은 좀 내려갈 것인가. 중소기업의 매출이 늘어나 이들이 다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소규모 점포를 포함한 수많은 중소기업은 미국의 경기침체를 종결시키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회복의 길로 인도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번 경기침체가 과거와는 양상이 좀 다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 지표들이 좀 나아지는데도 고용시장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용 사정이 나아져야 소비를 할 사람들이 생간다. 미국의 경제는 3분의2가 소비지출에서 나온다. 최근 발표된 직장인들의 급여 통계는 매우 시사적이다. 단순히 일자리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고용의 질도 매우 악화하고 있다. 3ㆍ4분기 중 미국의 급여 및 후생비 통계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경우 한해 겨우 1%밖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5년 전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로 가장 적게 올랐다. 근로자들의 봉급이 오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전문가들 누구도 이 통계치가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숫자가 1% 아래로 내려가다가 결국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전망하고 있다. 지금은 물가상승률이 낮아 플러스 상태지만 앞으로 경기가 조금 회복돼 물가가 오르면 사실상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많다. 직장인들의 봉급들이 앞으로 더 줄어갈 것이라는 어두운 얘기다. 이는 미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실업수당 지급을 20주 더 늘였지만 실직 이후 복직한 사람들은 옛날 수준보다 평균 40% 낮아진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계도 나왔다. 지난 1981년 불황 때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이다. 과거의 불황이 회복기에 접어들 때는 옛날 급여 수준의 80%까지 회복하는 데 6년이 걸렸다. 이제는 급여 수준 회복시간이 더 걸릴 거라는 예상이다. 미국은 직장 구하기가 예전보다 휠씬 힘들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나온 실직자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본다. 캘리포니아주의 중부에 살고 있는 45세의 어느 여자공인회계사는 열달째 실업상태에 있다가 전보다 20% 낮은 급여를 받고 취업했다. 예전 같았으면 받아들이지 않았을 조건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37세의 세일즈맨은 1월 보험회사에서 실직했다가 최근 직장을 구했는데 전보다 25% 정도 낮은 급여는 십년 전 옛날 직장에 처음 취직했을 때 받던 액수와 같다. 보스턴의 작업책임자급 생산직 매니저는 2년 전 직장을 찾아 집을 팔고 버몬트주로 이주했다. 4만5,000달러 기본급에 8,000달러 보너스를 벌 수 있는 자리였다. 두 자녀를 키우는 부인은 가사를 돌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그는 새로 옮긴 직장에서도 실직을 하게 됐다. 한 주일에 420불의 실업수당을 받으며 1,000군데도 넘게 이력서를 보냈지만 소식이 없었다. 결국 현실의 벽을 절감하며 그는 지난 여름 시간당 9달러 50센트를 받는 말단 직원으로 다시 취직했다. 이 급여는 그가 18세 때 트럭 운전수로 일할 때 받던 수준이다. 그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느라 여러 곳에서 소비를 줄이고 있다. 전화를 끊었고 자동차도 한대로 줄였다. 위에서 옮긴 이야기는 요즘 미국 도처에서 보고 듣는 것들이다. 특별히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의 급여 비교를 한 어느 리포트에서는 미국인들이 그동안 유럽보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15% 이상 많이 받아왔다고 지적하고 미국의 급여수준은 그동안 너무 높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에서 높은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이 문제가 돼 있지만 미국에서도 정도는 조금 덜하지만 직장인들의 급여와 취업 전선에서 반영구적인 변화가 온 것이 아닌가 한다. 어려운 미국 경제는 오는 2011년 후반이 돼야 여러 곳에서 풀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지금 미국인들도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마음으로 당분간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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